매일신문

[매일춘추] 야구, 하키, 그리고 오르간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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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스포츠 경기에서 큰 역할을 한다. 그런 예 중의 하나가 미국 프로야구장에서 울려 퍼지는 오르간 소리다. 미국 프로야구장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음식이 핫도그인 것처럼, 경기 내내 들리는 오르간 소리는 야구경기장이 주는 독특한 경험의 한 부분이었으며, 미국 프로야구 경기의 의식이며 전통으로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형의 역사적 유물이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야구장에 오르간을 도입한 구단은 시카고 컵스이며, 홈경기장인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 본부석 쪽 그물망 뒤에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했다. 아마도 오르간은 지속해서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이기 때문에 선택됐을 것이다. 1941년 4월 26일에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최초로 오르간을 연주한 사람은 레이 넬슨이었으며, 그는 신나는 음악으로 팬들의 흥을 돋웠다. 하지만 그날 시카고 컵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6대 2로 패배하는 바람에 시카고 트리뷴지는 "오르간은 내내 장송곡만 연주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날 넬슨은 라디오 중계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오르간을 연주했는데, 그 이유는 그의 연주곡목에는 미국 음악저작권협회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음악이 많았으며, 라디오 방송으로 중계하는 마이크에 이 소리가 섞여 들어가면 추가로 저작권료를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리글리 필드의 오르간은 이틀만 사용되고 사라졌다가 1967년이 돼서야 다시 등장했다.

미국에서 오르간을 도입한 스포츠 종목은 야구가 처음이 아니었다. 1929년에 아이스하키팀인 시카고 블랙호크스는 홈 경기장인 시카고 스타디움에 3천663개의 파이프를 가진 거대한 오르간을 설치했다. 당시 블랙호크스는 시카고에 있는 거의 모든 파이프 오르간 제작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는데, 대개 회사들이 경기장의 네 모서리에 다락을 만들고 거기에다 파이프를 두겠다고 제안했지만, 바톤 오르간 회사는 천정에 파이프를 달아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들리도록 하겠다고 해 계약을 따냈다. 다른 구단들도 이를 따라 오르간을 도입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새로이 건설된 하키 경기장에는 오르간을 설치되지 않았다. 프로 아이스하키팀들은 오르간을 과거의 유물로서 젊은 관중들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녹음된 록과 헤비메탈과 같은 강력한 음악을 경기장에 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이를 소음으로 여겨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고 불평했으며, 자극적인 사운드가 오히려 응원에 방해된다고 느꼈다. 하키 경기장 오르간의 역사를 다룬 한 논문은 사전에 녹음된 음악은 관중을 하나로 연결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라이브 오르간 음악이 관중들과 더 소통하며, 이들이 자발적으로 응원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런 점이 작용했는지 하키 경기장에서 오르간이 부활하기 시작했으며, 미국 내셔널 하키 리그의 32개 팀 중에서 6개 팀을 제외하고는 경기에서 오르간을 사용한다.

한국 프로야구도 초창기에는 미국처럼 특정 순간에 특정 멜로디의 오르간을 연주했으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대신에 선수가 등장할 때 워크업 송을 틀거나 선수별로 만들어진 응원가를 팬들이 함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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