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하라가 '버닝썬 사태'에서 연예인과 경찰 간 유착 관계를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BBC뉴스코리아는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강경윤 기자에 따르면 버닝썬 사태 핵심 인물인 빅뱅 멤버 승리, 가수 정준영,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 등이 만든 단체 카톡방에는 경찰 고위 간부가 이들 범죄 행위를 봐주는 듯한 메시지가 담겼다.
카톡방에서 이들은 "A형이 '경찰총장'이랑 문자한 것도 봤는데 누가 찌른 것도 다 해결될 듯", "어제 다른 가게에서 사진 내부를 찍고 찔렀는데, 총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다 해결해 준다고 했다" 등 대화를 나눴다.
강 기자는 이들이 나눈 단톡방에 등장하는 경찰이 누구인지 궁금했던 과정에서 고(故) 구하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는 "단톡방에 나오는 사람이 누굴까 너무 중요한 키포인트이자 가장 풀리지 않은 문제였다"며 "(그런데) 구하라 씨가 등장해 그 물꼬가 터졌다"고 밝혔다.
구하라는 강 기자에게 연락해 "도와드리고 싶다"고 했고, 강 기자는 경찰의 존재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구하라는 평소 친분이 있는 최종훈에게 연락해 관련 내용을 물어봤다.
구하라 친오빠인 구호인 씨도 인터뷰를 통해 "(구하라가 최종훈에게)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해라' 이렇게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화 내용을) 옆에서 들었는데 동생이 '종훈아 내가 도와줄게, 네가 알고 있는 것 그대로 기자님한테 얘기해'라고 했다"고 전했다.
강 기자는 "구하라 씨는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 (구하라 씨는) '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잖아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구하라는 생전 불법 촬영한 사적 영상으로 전 남자친구에게 협박을 받았다. 구하라는 전 남자친구를 경찰에 신고했고, 그는 폭행 및 협박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승리와 정준영, 최종훈 등이 언급한 경찰은 당시 윤규근 총경으로,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지난 2021년 벌금 2천만원이 확정됐다.
한편 해당 다큐멘터리는 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들이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정황도 보도했다. 이들은 2015년 여성 지인들을 리조트로 불러 술을 마시고 의식을 잃게 한 뒤 불법 영상을 촬영했다.
또 2016년 3월에는 정준영과 최종훈 등이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단톡방에 "어제 살면서 제일 재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술에 취해 다친 여성을 조롱하기도 했다. 단체 대화방에서 한 사람이 "어제 여자애 넘어질 때 뇌진탕 걸리는 줄 알고 무서웠다", "머리 부서지는 소리 났다"고 하자 정준영은 "진짜 웃겼다, "살면서 가장 재밌는 밤이었다"고 답했다.
버닝썬 사태로 승리는 2020년 1월 성매매, 성매매 알선,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2년 5월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2016년 강원 홍천과 대구에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혐의 등으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6개월을 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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