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와 뇌과학을 접목한 기술이 발달하면서 공상과학(SF) 영화 속에만 등장하던 장면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뇌과학 전문가' 이성배 디지스트 교수가 20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에서 'AI와 뇌과학'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귀띔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처럼 원격으로 인공 육체, 기계를 조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예시를 들었다. 또 다른 영화 'Her'에서는 주인공이 사람처럼 말하고 듣는 AI가 등장하는데, 이 역시 최근 오픈AI가 새 인공지능 모델 'GPT-4o'를 공개하면서 현실이 됐다.
이날 강연에서는 컴퓨터와 인간의 뇌를 연결하는 기술인 'BCI(Brain-Computer Interface)'도 소개됐다. 사람의 뇌 활동을 감지한 후 전기적 신호로 변환함으로써 컴퓨터나 전자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원리다.
이 교수는 뇌를 읽어내는 방식도 다양하다며 뇌파측정기술(EEG),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을 소개했다. EEG는 사람의 머리에 전극이 달린 헬멧을 쓰고 두개골 안에서 움직이는 뇌파를 컴퓨터로 전송하는 기술이다. fNIRS는 뇌 전두엽에 근적외선을 쏴 반사되는 혈류량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이다. 다만 이 두가지 방식 모두 뇌파를 간접적으로만 기록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인 '뉴럴링크'는 최근 환자의 두개골을 뚫고 뇌 안에 BCI 칩을 삽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신체가 마비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로봇 등 기계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AI가 신약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AI 기반 약물 발굴 업체인 영국 베네볼런트가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해 보건 위기 상황에서 활약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을 하려면 보통 수십년이 걸리는데 AI는 유전체 변이와 약물의 상호작용을 예측해 약물 개발 단계부터 시행착오를 크게 줄인다는 것이다.
다만 이 교수는 AI 발달이 역기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간의 삶에 최적화되고 편리한 AI가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돌봄'의 필요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의 의미도 점차 희미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AI의 발달로 사람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며 "당장은 해법이 없지만 AI와 공존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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