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병우 대구은행장 "서울 디지털본부 조성… 수도권 자금 지역으로 환류 기대"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인터뷰
오는 7월쯤 대구은행 IMBANK전략부 서울로 이전
전문 인력 확충… 핀테크 기업 육성하며 상생, 협력
원주지점 3달 뒤 개점 목표, 중소기업‧소상공인 공략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21일 매일신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21일 매일신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한 DGB대구은행이 영업망 확대에 속도를 붙인다. 당장 오는 7, 8월이면 서울 마포구와 강원 원주시에 iM뱅크(아이엠뱅크) 사무실이 차려질 전망이다. 오프라인 은행 중심은 대구, 경북에 두고 디지털뱅킹 거점은 수도권에 조성해 영향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황병우(57)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21일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약 2달 안에 대구에 있는 디지털본부, IMBANK전략부를 서울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30~40명을 서울로 보내고 30~40명을 신규 채용해 모두 60~80명 정도로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전 위치는 서울 마포구의 신용보증기금 건물이다. 입주를 위한 계약은 이미 완료했다. 디지털 기능을 강화하려면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지역으로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서울 안에서도 핀테크(FinTech) 기업과 지원기관이 밀집한 곳을 선택했다는 게 황 회장의 설명이다.

황 회장은 "오프라인 은행인 대구은행에 더해 디지털본부를 하나의 은행처럼 만들겠다는 게 앞으로의 구상"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엔지니어, 기술 인력을 뽑기가 힘들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전환기에 있다 보니 기술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대구은행이 아직 디지털 기술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고, 자체적으로 많은 기술을 개발하기도 힘드니 당분간은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고, 또 도움을 받는 상생·협력 모델을 지향하려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시중은행 전환 인가 다음날인 지난 17일 'DGB금융그룹 창립 13주년 기념식'에서 디지털, 핀테크 부문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자마자 중요 기능을 서울로 옮기게 된 모양새다. 지역 사회에서는 '지역 홀대'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앞으로는 지역민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대부분이다.

은행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본 규모를 의미하는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본비율에 따라 대출을 공급한다. 올해 1분기 기준 대구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6.4%다. 금융감독원은 국내은행의 BIS 기준 자본비율을 10.5%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황 회장은 "은행은 BIS 비율을 지켜야 하는데, BIS 비율을 유지하면서 대출을 늘리려면 자본이 커져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이익잉여금을 쌓아야 한다"며 "모든 자금과 사람이 서울로 몰리고 있으니 서울에서 돈을 벌어 '분자'(자본)를 키우면 '분모'(대출)를 키울 수 있고, 대구에서도 '분모'가 늘어날 수가 있다. 수도권에 있는 자금을 대구로 환류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기업은 본사가 어디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업이 크면 클수록 자연스럽게 그 기업이 뿌리를 둔 지역에 돌아가는 혜택이 커진다. 본사를 대구에 둔 이상은 대구은행이 성장하고 발전할수록 대구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면서 대구은행이 '대구에 본사를 둔 시중은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은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해 이자수익을 늘리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사명은 내달 초 iM뱅크로 변경한다. 새 간판을 달고 처음 진출할 지역은 강원 원주시다. 3개월 안에 영업 준비를 마치는 게 목표다. 지점장을 포함한 지점 인력을 강원지역 출신으로 고용해 현지화할 생각이다. 현재 지점이 없는 호남, 충청, 제주지역으로도 순차적으로 점포를 확장한다.

황 회장은 지난해 1월 행장으로 취임해 대구은행을 이끌어 왔다. 지난 3월에는 DG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정돼 겸임하고 있다. 남은 행장 임기에 따라 길면 오는 12월 말까지 겸직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그는 "5대 은행도 단기간에 규모를 이만큼 키운 게 아니다. 그릇을 먼저 키워야 뭘 담을 수가 있다. 지금은 제도적으로 대구은행이 그릇을 키울 환경을 만든 거고, 이를 키워나가는 게 지금부터 할 일이다. 시중은행이 대기업에 집중할 때 우리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공략하면서 '메기'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대구은행이 잘 되면 대구가 달라진다. '대구은행이 잘되는 게 지역이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대구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DGB금융그룹 제공
대구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DGB금융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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