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직구 물품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직접구매(직구) 물품의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의무화 정책을 내놨다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자, 사흘 만에 철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미비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 해외 직구 급증
지난 16일 정부는 인천공항본부세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큰 해외직구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는 경우 국내 반입이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은 수입품만 국내에 정식 유통될 수 있었던 반면 해외 직구 제품은 별도의 안전장치 없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유해물질, 짝퉁 등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로 알리 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가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자 해외 직구 이용자는 꾸준히 늘어왔다. 관세청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 통관 현황에 따르면 해외 직구 건수는 2009년 251만건에서 지난해 1억3천144만3천건으로 52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해외 직구 금액도 1억6천684만5천달러(약 2천274억원)에서 52억7천841만8천달러(약 7조1천955억원)로 32배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도 6조7천567억원을 기록했다. 6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4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늘어난 직구 건수 만큼 유해물질 검출도 증가했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카드뮴, 석면 등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제품들이 최근 무분별하게 국내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인천본부세관은 지난달 7일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성분을 분석한 결과, 404개 제품 중 96개(24%)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도 같은 달 8일 알리 판매율 상위에 오른 어린이용품과 생활용품 31개를 조사한 결과 8개 제품에서 허용 기준치를 크게 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 머리띠 등에는 발암물질이 기준치의 270배 넘게 검출되기도 했다.
'짝퉁' 등 지식재산권 침해 품목도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지식재산권 침해 통관 적발 건수는 4만5천건으로 전년인 2만9천건보다 55.1% 증가했다.
◆ 유해물질 증가…소비자 불안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장점에 해외 직구를 이용하면서도 불안에 떨었다. 20대 직장인 A씨는 "셀프 네일 아트가 취미여서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중국 공장에서 바로 배송해주는 네일 아트 재료들을 대용량으로 사곤 했다"면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는 무서워서 안 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자 일부 지자체는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일 서울시는 안전성 검사를 어린이용품 뿐 아니라 생활 품목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앞으로 냄비·도시락 등 식품용기와 일회용컵·종이 냅킨 등 위생용품 등 생활용품까지 안전성 검사를 확대한다"면서 "정부 부처 간 안전성 검사가 중복되지 않도록 관세청과 협의해 검사 대상과 시기를 공유하는 등 협조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위해한 해외 직구 물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품목마다 안전성 검사를 진행하고 해당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다만 정부가 나서서 특정 품목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과하게 제한하는 방식이라 과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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