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對)국민 거짓말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거짓말은 엄연한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뜻한다.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일 수도 있는 애매한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진술을 거짓말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오판이나 착각은 거짓말과 다르다. 잘 모르고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이런 착오나 무지는 바로잡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런 기회조차 살리지 못한다면 거짓말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거짓말도 구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뉘우침과 후회가 전제될 때 그렇다. 스스로 돌이켜보고 자신의 거짓말이 낳을 피해를 깨닫고 참회 속에 나온 '거짓의 정정'은 진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진심 어린 반성은 때론 극적 반전을 꾀하기도 한다. 대중의 질타와 냉소가 연민과 동정으로 바뀐다. 그런데 벼랑 끝에 몰려서 모든 것이 탄로 날 지경에 내뱉는 거짓의 정정과 반성은 역효과를 낳는다. 비난은 분노로 치닫게 된다.

뒤늦게 음주운전을 인정한 가수 김호중 씨는 20일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는 걸 깨달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씨는 "사회적 공인으로서 그동안 행동이 후회스럽다. 음주운전을 포함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고도 했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고 차량 3대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사라진 뒤에 나온 입장이다. 음주운전 의혹 정황들이 쏟아지자 벼랑 끝에 내놓은 거짓의 정정이다.

국민들은 영국 국영방송인 BBC의 탐사보도팀 'BBC 아이(Eye)'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에 등장하는 승리, 정준영의 경악스러운 범죄만이 아니라 뻔뻔한 거짓말에 더 놀랐다. 팬덤에 기댄 스타들은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에게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거짓말을 해댔다.

세상이 온통 거짓과 싸우는 듯하다. '특검' 정국에 내몰린 정치권도 거짓말쟁이 색출에 혈안이 된 것 아닌가. 검찰도 경찰도 못 믿겠으니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반론이 민생 현안을 뒤덮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너무 늦지 않은 거짓의 정정, 양심선언이라도 나오기를 바란다. 거짓말은 상대를 속일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비난이 쏟아져도 거짓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상대를 바보로 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얼마나 만만하게 보이면 이런 작태가 벌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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