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라는 게 너무나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옛 (슬램덩크) 팬들이 아빠가 되고, 그 자녀들이 노래를 듣고 힘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행복했습니다."
올해로 데뷔 31년을 맞은 베테랑 가수 박상민은 작년부터 부쩍 어린 팬들이 늘어났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흥행으로 '슬램덩크' 열풍이 휘몰아치면서 그가 과거 부른 TV판 애니메이션 주제가 '너에게로 가는 길'도 덩달아 재조명받은 덕분이다.
박상민은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밖에서는 (인기가) 괜찮은데 집에서 두 딸이 그간 잘 인정을 안 해줬다"며 "그런데 '슬램덩크' 영화가 나오고 나서는 친구들이 내 사인을 받아다 달라고 했다더라. 엄청 기뻤다"며 웃었다.
그는 "노래 분위기처럼 열정이 되살아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슬램덩크' 노래를 부르러 (행사장에) 가는 길에 막 아드레날린이 올라오더라"라고 했다.
지난 1993년 1집 '스타트'(Start)로 데뷔한 그는 '멀어져 간 사람아', '무기여 잘 있거라', '해바라기', '눈물잔', '비원', '지중해' 등의 숱한 히트곡을 내며 31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았다.
선글라스에 콧수염·턱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허스키한 보이스와 흐트러지지 않는 정확한 음정으로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가수로 평가받는다.
박상민은 "가수는 옛날 명성을 가지고 활동하면 안 된다"며 "꾸준히 일 년에 싱글 한두 개는 내는 게 매너다. 또 사람에 대한 도리도 중요하다. 매니저가 늘 반대해도 의리로 가는 일정을 어마어마하게 소화하는데, 이런 점을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 실력을 유지하는 비법으로 "요즘 것이나 외국 것을 가리지 않고 노래를 많이 듣는다"며 "어떨 때는 내 노래도 어떤 버릇이 들어서 이상하게 부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몇십년 전에 내가 부른 원곡을 다시 듣고 나쁜 버릇을 빼고 다시 부른다"고 말했다.
박상민은 지난 7일 새 미니음반 '2024 파트 1 : 러브'(2024 Part 1 : LOVE)를 발표했다. 그의 히트곡 '무기여 잘 있거라' 등을 만든 작곡가 유해준이 타이틀곡 '내 사람입니다'를 비롯해 희망찬 록 '유 캔 두 잇'(You can do it) 등 수록곡 전 곡을 썼다.
타이틀곡 '내 사람입니다'는 앨범명처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박상민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꺼내 든 것에 대해 "세상만사 모든 것에 다 들어가 있는 게 사랑"이라며 "우리나라가 몇 년 전부터 네 편 내 편이 너무 갈라져서 개인적으로 속상했는데, 행복도 건강도 가족도 넓게 보면 다 사랑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남녀 간의 이별의 아픔을 절절하게 노래했다면, 이제는 나도 연륜도 됐고 폭넓은 사랑을 노래하려 한다"며 "아픈 사랑이 아니라 감동과 행복을 주는, '당신 때문에 행복하고 사는 게 좋다'는 식의 가사가 좋더라"고 짚었다.
가사의 분위기는 한층 편안해졌어도 과거 '멀어져 간 사람아'나 '지중해' 등의 대표곡에 담긴 '진한' 감성만은 여전하다.
박상민은 "나는 노래할 때 가사 속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하며 몰입해 부른다"며 "그 필(Feel)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민은 신보 발매를 기념해 최근 서울 시내에서 무료 쇼케이스도 열었다. 특히 MD(굿즈상품) 등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자리로 마련해 그 의미를 더했다. 그는 평소 꾸준히 기부하는 연예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부모님이 50년간 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셨는데, 어렸을 적엔 이것이 굉장히 창피했다. 손이 꽁꽁 언 채로 새벽 5시에 나가서 밤 10시가 넘어 돌아오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부모님은 불쌍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아버님은 특히 마음이 여리셔서 쌀농사를 지은 것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셨다. 나눔은 유전인 것 같다"고 말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박상민은 새 앨범을 기념해 각종 TV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신곡 무대를 꾸민다. 연말까지 콘서트 등 공연 계획도 잡혀 있다. 꾸준하게 노래를 들려주며 활동하는 것이 목표란다.
그는 "그저 고맙다. '러브'라는 앨범 타이틀과 딱 맞는 지점"이라며 "30년 넘게 절 A급 가수로 대접해 주니 말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수염을 고집하는 이유요? 박상민이라는 가수에게 시각적 포인트가 있는 게 낫거든요. 과거 1990년대에 한 번 수염을 다 민 적이 있었는데 앨범 판매량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이후로는 30년 가까이 기르고 있습니다. 집에 전기면도기부터 쪽가위 볼록거울 등 장비도 많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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