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차이나포비아’와 대만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미국과 일본은 20일 열린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 취임식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 축하했지만 우리 정부는 공식 축하 사절이나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고 축하 논평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경태 의원 등 한·대만 의원친선협회장 등 국민의힘 의원 2명과 주(駐)타이베이 대표부 대표만 관례대로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대만과는 대표부 관계로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대만 관계의 현주소다.

우리와 대만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중국과 북한이라는 적과 대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익을 위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주한중국대사관은 그러나 21일 한국 국회의원들이 대만 총통 취임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과 한·중 수교 정신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등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발끈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대만 총통 취임식에 공식 축하 사절이나 대표단을 파견하지도 않았고 축하 논평도 하지 않았음을 간과한 과민 대응이자 우리의 국회의원 외교 활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지나친 대응이었다. 굳이 항의하려면 취임식에 다녀온 두 의원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면 될 것이다. 중국의 이런 과민 반응은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한·미·일 정상회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대만과의 무력 통일을 내세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반대되는 양안 문제 접근 방식을 제시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유세 과정에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 우리가 왜 개입하나.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나? 그냥 '셰셰'(謝謝·고맙다는 뜻)하면 된다"는 이른바 '셰셰 발언'에 박수를 쳤다. 이 대표의 셰셰 발언은 국내에 확산돼 있는 '차이나포비아'(중국 공포증)의 일환이다. 중국에 주눅 들면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혼밥' 대접을 받는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