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의 전쟁' 최전선에 선 경북 기초단체들이 지역 내 아이 울음소리를 울리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지방을 넘어 국가마저 소멸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다.
'통 큰' 출산장려금에 집까지 지어 주거나, 섬 주민에게 육지 산부인과 교통비를 지원하고,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족 남녀가 바닷길을 산책하며 인연을 맺도록 은근히 분위기를 만드는 등 지역색을 살린 다채로운 정책으로 '저출생 극복' 패러다임을 뜯어고친다.
1일 경북 22개 시군에 따르면 각 시군은 지난 1월 경북도가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이르면 하반기부터 당장 도입할 수 있는 지역별 정책을 속속 마련했다.
칠곡군·영덕군은 청춘남녀 만남 프로그램을 통해 연애에서 결혼까지 이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칠곡군 '설렘온(On) 칠곡'은 칠곡에서 살거나 직장에 다니는 1982~1998년생 미혼 남녀가 조향·공예 등 소규모 취미교실이나 취향공유파티에서 만나도록 했다. 영덕군 '장르만 트레킹'은 동해안을 끼고 도는 아름다운 길 '블루로드'에서 경북 남녀가 걷고 만나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기도 한다.
대표적 인구소멸 위기지역 의성군은 '의성형 행복둥지주택'을 지어 청년과 신혼부부, 귀농·귀촌인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의성읍 24가구, 점곡면12가구 등 모두 36가구를 조성한다. 의성읍 중리리에는 520억원을 들여 176가구 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짓고자 타당성 조사 용역을 하고 있다.
임신·출산 때 드는 비용도 대폭 줄여준다.
의성군은 이르면 하반기부터 자녀 출생 순서(첫째 아이, 둘째 아이 등)와 무관하게 출산장려금 최대 1천900만원(출생축하금 100만원, 양육지원금 60개월 간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생일 6개월 이전에 전입하면 액수가 가장 크며, 장려금을 받는 가족은 해당 기간 지역 내 의무 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출생 순서에 따라 440만~1천900만원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도서 지역 울릉군은 '지리적 의료사각지대' 한계를 개선하고자 지역민이 뭍의 산부인과 병원에 다니는 교통비 100만원을 지급한다. 또 자녀 출생 순서에 따라 출산지원금 680만~2천600만원을 지급한다.
칠곡군은 오는 6월부터 출생아 1명 당 산후조리비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어린이 교육·의료를 강화한 곳도 있다.
칠곡군은 지역 내 주소를 둔 만 4~6세 아동에게 입학지원금을 주고자 '웰키즈 기금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내년 5억2천만원, 2026년 10억3천만원, 2027년 14억6천만원 등으로 기금 규모를 점차 늘릴 예정이다.
경주시는 전국 최초로 영유아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선별검사비와 정밀검사비를 지원, 부모의 자녀 정서 걱정을 덜어 준다.
이런 톡톡 튀는 전략들은 '이 정도면 자녀 계획을 세워볼 만하다'는 호응을 받고 있다. 옛 정책들은 취지는 좋으나 가임 부부에게는 와 닿지 않곤 했다.
경북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아이를 낳으면 축하금을 주겠다'는 식의 단편적 출산 유도 정책으로는 고물가 고금리 속 청년들의 부담을 달래기 어려웠다. 경북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행복한 가정을 꾸려 살도록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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