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용성이나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책 신뢰도를 실추시키고 있다.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나이와 관계없이 사고 위험이 높은 운전자만 대상'이라고 수정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해외 제품의 직접 구매를 금지하기로 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했다. 집권 3년 차 정부의 정책 추진이 너무 어설프다.
정부·여당은 4·10 총선 참패 후 "민생과 정책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탁상행정, 당정 소통 부재 등이 빚어낸 정책의 난맥상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22년 7월 정부는 '만 5세 초교 입학 추진' 방침을 내놨다가, '유아 발달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란 비판에 정책을 접었다.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철저히 당정 협의를 거친 정책들만 발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근로 시간 개편안,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민생 정책은 현장 수용성과 장·단점을 꼼꼼히 검토한 뒤 추진돼야 한다. 특히 여소 야대 정국에서 정부 정책은 더 주도면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고, 야당에게 '무능하다'는 공격의 빌미를 줄 뿐이다. 정부는 정책을 입안할 때, 여당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해외 제품 직구 금지 방안 등과 관련한 당정 협의는 없었다. 잇단 정책의 헛발질은 수직적인 당정 관계로 인해 정무 기능이 사라졌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22일 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당정대)이 '정책협의회'를 신설, 매주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기존 고위 협의회도 매주 일요일 개최로 정례화했다. 또 부처 실무진과 당이 참여하는 실무 당정 협의를 수시로 진행한다.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다. 새로 정비한 당정대 협의가 여론 무마용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당정대 협의체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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