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7일 무려 4년여 만에 개최되는(개최 장소는 서울) 동북아시아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쏟아진 기사들의 제목에 뉴스 독자들의 시선이 향했다.
세 나라 이름 약칭을 제목에 적을 때, '한일중(韓日中)'과 '한중일(韓中日)' 가운데 뭐가 더 적합한지, 이게 애초에 답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동북아 정세, 정확히는 우리나라와 각국의 이해 관계에 따라 일본을 먼저 적어줄지 중국을 먼저 적어줄지 등에 대한 관심이 일부 댓글을 통해 나타났다.
'논란 해소'를 위해 아래 이미지처럼
두 나라 글자를 같은 위치에 함께 적어주는 방법도 상상해볼 수 있지만, '글'이란 뭘 앞에 적고 뭘 뒤에 적느냐를 반드시 '선택'해야하기 때문에, 참 어렵다.
▶뉴스 독자들에겐 '한중일'이 더 익숙하다.
그래서 '한일중'이라는 표현이 윤석열 정부 들어 각종 브리핑에서 쓰이고, 그게 그대로 기사 내용은 물론 제목으로도 쓰이자 낯설어했다.
지난해(2023년) 3월쯤 그런 경향이 짙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21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3국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부는 최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이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한일중 고위급 대화체계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주목하고 이를 평가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한일중이라는 표현을 거듭해 썼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는 표현이 변화한 배경을 두고 '윤석열 정부가 민주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는 만큼 가치 공유국인 일본과 더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는 등 해석을 내놨다. 마침 한미일 세 나라 정상이 셋이서 또는 둘이서 활발히 만나고 또 향후 중대한 만남을 앞둔 시기이기도 해 일본과 좀 더 가까워지려는 맥락을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는 가운데 지속된 게 미중갈등이었고, 중일관계도 그에 연동됐다.
▶윤석열 정부의 한일중 표현은 일본 현지 언론에서도 주목했다.
요미우리신문의 2023년 9월 8일 '「韓中日」と呼んでいた韓国大統領、「韓日中」と日本を中国より先に変更'(한중일이라고 부르던 한국 대통령, 한일중으로 일본을 중국보다 앞으로 변경) 기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중일이라는 기존 약칭을 한일중으로, 일본을 중국 앞에 놓는 표현으로 바꿔 말하고 있어 한국 언론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땐 세 나라를 언급하며 한중일이라고 표현했지만, 2023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땐 한일중이라고 표현했다고 비교 사례를 들었다.
(아래 사진 참조)
▶그런데 '한일중'이라는 표현을 윤석열 정부가 처음 쓰기 시작한 건 아니다.
언론에서도 오래 전부터 써 온 표현이고, 실은 한일중과 '한중일'이 혼재돼 쓰여왔다.
다만, 과거 기사를 보면 한중일이 한일중에 비해 크게 많이 쓰였다.
이게 최근엔 반대가 된 셈이다. 요즘 기사에 한중일도 여전히 쓰이지만 한일중이 대세로 자리잡은 것.
그래서 자칫 한중일로 검색하면 찾으려는 기사가 뜨지 않아 한일중으로 재입력해 검색해야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아래 사진 참조)
▶일본 언론은 '日中韓(일중한)'이 디폴트, 즉 기본값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표현 변화를 전했던 일본 대표 신문 요미우리신문 홈페이지 기사 검색란에서 日中韓과 '日韓中(일한중)'을 모두 검색했더니 전자(일중한)만 검색된다. ('일한중' 검색을 통해 나온 기사들은 日, 韓, 中 등의 단어가 별개로 검색된 것)
일본 대표 방송 NHK 홈페이지 기사 검색란에서도 마찬가지로 日中韓만 검색된다.
▶혹시 큰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문제는 아닐까?
다른 사례들을 보니 그때그때 다른, 즉 일관성이 없어서다.
가령 지난해 전주에서 열린 제14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의 경우 중국과 일본 명칭을 병기했는데, 중국 명칭은 '중일한', 일본 명칭은 '일중한'이었다.
즉, 중국 명칭과 일본 명칭 둘 다 한국이 맨 뒤였다.
그런데 역시 같은 한국(제주)에서 2016년 열렸던 제8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의 중국 명칭은 '중한일', 일본 명칭은 '일한중'으로 둘 다 한국이 중간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1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9회 행사의 한국 명칭은 '한일중'이었고, 일본 명칭은 일중한, 중국 명칭은 중일한이었다.
그보다 두 해 전인 2015년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제7회 행사의 한국 명칭은 한중일, 중국 명칭은 중일한, 일본 명칭은 일중한이었다.
다만, 제8회 제주 행사를 특이 사례로 본다면, 대체로 일본은 일중한을, 중국은 중일한을 기본 표현으로 삼은 맥락이 확인된다. 그러면서도 정작 한국은 국내 개최 때 한일중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고, 일본 개최 때(제9회 교토 행사) 한일중이라는 표현이 쓰인 게 확인된다.
(아래 사진 참조)
물론 3국이 모이는 행사 가운데 극히 일부인 문화장관회의 사례만으로 어떤 법칙이나 기조를 분석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결국 중요한 건 가장 최신 사례가 될 26, 27일 서울 개최 9차 3국 정상회의 행사장내 3국 언어로 된 표기 및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상들의 '입', 그리고 쏟아질 기사 속 표현들이 아닐까? 거기서 동북아 정세의 미묘한 변화를 엿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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