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나오고 웃자란 풀에 길도 사라졌어요. 정말 탐방길이 맞나요?"
지난 22일 오전 11시쯤 고령 개경포공원. 3대 문화권 사업으로 조성된 '낙동강 역사너울길'을 찾아 나섰지만 입구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문화해설사 집은 텅 비어 있었고 안내판에 '현 위치에서 왼쪽으로 더 가면 너울길'이라는 한 줄만 있었다.
온라인 검색이나 3대 문화권 홈페이지 어디에도 정확한 주소가 없었다. 한 개인 블로그에 '나루터 상회 가게 옆 작은 계단으로 올라가면 너울길로 갈 수 있다'는 글이 유일한 단서였다. 이를 따라서 겨우 입구를 찾았다.
너울길은 입구부터 꽤 경사가 가팔랐다. 경사로에는 손잡이나 밧줄 지지대 등은 없었다. 길 중간의 작은 계곡에는 임시로 만든 철제 다리가 놓여있었다. 녹 쓸고 삐걱대는 다리는 성인 두 명이 오르기 힘들 만큼 좁고 약했다.
2시간을 걷는 동안 곳곳에서 뱀들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 '멧돼지 주의'라는 현수막은 있었지만 뱀에 대한 경고문은 없었던 터라 당황했다. 절벽 옆 안전 펜스 기둥은 아래가 썩어 기울어져 있었다. 또 풀들이 성인 허리춤만큼 자라있어 길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위험하다고 판단해 목표지점까지 완주하지 못했다.
낙동강 역사너울길 사업에는 모두 23억원이 투입됐다. 구간은 ▷개호정~부례관광지 1코스 ▷개호정~어목정 유허지 2코스로 나뉜다.
개경포 인근 한 식당 주인은 "이곳을 잘 모르는지 사람들이 별로 안 찾아온다. 길 자체가 미끄러워 위험하기도 하다. 자갈도 많고, 보수 제대로 안 하는 것 같다"며 "경사가 심한 곳에 원래 미끄럼방지 야자수 매트가 깔려있었는데 지금은 다 벗겨졌다. 화장실이나 손 씻는 곳도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3대 문화권 사업지 가운데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곳들이 적지 않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관광지로서 매력도가 떨어진다. 특히 이용객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편익 추정도 어렵다.
준공‧개장한 41개 사업 중 9개가 이용객이 파악되지 않는다. 이들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모두 709억 원에 이르며, 대부분 수변 탐방로와 근린공원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성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탐방로를 조성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가서 시설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용객이 적어서 시설을 개선하는 데 예산을 더 들이기가 쉽지 않다"며 "있는 시설을 유지‧보수하면서 이용객 편의를 높일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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