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대 문화권 대해부] '관광' 없고 '이용객' 찾지 않는 외딴곳…3대 문화권 맞나요?

준공‧개장한 41개 사업 중 9개가 이용객 파악 안돼
모두 709억 원에 이르는 사업, 대부분 수변 탐방로와 근린공원 조성에 그쳐

경북 고령 3대문화권 낙동강 역사너울길 사업으로 조성된 개경포 너울길. 길 중턱엔 낡은 팻말만이 이곳이 너울길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김우정 기자
경북 고령 3대문화권 낙동강 역사너울길 사업으로 조성된 개경포 너울길. 길 중턱엔 낡은 팻말만이 이곳이 너울길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김우정 기자

"뱀이 나오고 웃자란 풀에 길도 사라졌어요. 정말 탐방길이 맞나요?"

지난 22일 오전 11시쯤 고령 개경포공원. 3대 문화권 사업으로 조성된 '낙동강 역사너울길'을 찾아 나섰지만 입구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문화해설사 집은 텅 비어 있었고 안내판에 '현 위치에서 왼쪽으로 더 가면 너울길'이라는 한 줄만 있었다.

온라인 검색이나 3대 문화권 홈페이지 어디에도 정확한 주소가 없었다. 한 개인 블로그에 '나루터 상회 가게 옆 작은 계단으로 올라가면 너울길로 갈 수 있다'는 글이 유일한 단서였다. 이를 따라서 겨우 입구를 찾았다.

너울길은 입구부터 꽤 경사가 가팔랐다. 경사로에는 손잡이나 밧줄 지지대 등은 없었다. 길 중간의 작은 계곡에는 임시로 만든 철제 다리가 놓여있었다. 녹 쓸고 삐걱대는 다리는 성인 두 명이 오르기 힘들 만큼 좁고 약했다.

경북 고령 3대문화권 낙동강 역사너울길 사업으로 조성된 개경포 너울길 중턱에서 마주친 뱀. 김우정 기자
경북 고령 3대문화권 낙동강 역사너울길 사업으로 조성된 개경포 너울길 중턱에서 마주친 뱀. 김우정 기자

2시간을 걷는 동안 곳곳에서 뱀들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 '멧돼지 주의'라는 현수막은 있었지만 뱀에 대한 경고문은 없었던 터라 당황했다. 절벽 옆 안전 펜스 기둥은 아래가 썩어 기울어져 있었다. 또 풀들이 성인 허리춤만큼 자라있어 길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위험하다고 판단해 목표지점까지 완주하지 못했다.

낙동강 역사너울길 사업에는 모두 23억원이 투입됐다. 구간은 ▷개호정~부례관광지 1코스 ▷개호정~어목정 유허지 2코스로 나뉜다.

경북 고령 3대문화권 낙동강 역사너울길 사업으로 조성된 개경포 너울길 중턱 안내 펜스의 기둥 뿌리가 썩어 위태한 모습이었다. 김우정 기자
경북 고령 3대문화권 낙동강 역사너울길 사업으로 조성된 개경포 너울길 중턱 안내 펜스의 기둥 뿌리가 썩어 위태한 모습이었다. 김우정 기자

개경포 인근 한 식당 주인은 "이곳을 잘 모르는지 사람들이 별로 안 찾아온다. 길 자체가 미끄러워 위험하기도 하다. 자갈도 많고, 보수 제대로 안 하는 것 같다"며 "경사가 심한 곳에 원래 미끄럼방지 야자수 매트가 깔려있었는데 지금은 다 벗겨졌다. 화장실이나 손 씻는 곳도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3대 문화권 사업지 가운데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곳들이 적지 않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관광지로서 매력도가 떨어진다. 특히 이용객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편익 추정도 어렵다.

준공‧개장한 41개 사업 중 9개가 이용객이 파악되지 않는다. 이들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모두 709억 원에 이르며, 대부분 수변 탐방로와 근린공원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성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탐방로를 조성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가서 시설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용객이 적어서 시설을 개선하는 데 예산을 더 들이기가 쉽지 않다"며 "있는 시설을 유지‧보수하면서 이용객 편의를 높일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경북 고령 3대문화권 낙동강 역사너울길 사업으로 조성된 개경포 너울길 중턱 철제 임시 다리. 김우정 기자
경북 고령 3대문화권 낙동강 역사너울길 사업으로 조성된 개경포 너울길 중턱 철제 임시 다리.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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