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정 전후 다를 게 없는 보행자 우선도로, 사실상 유명무실

2022년 7월 이후 대구 10곳 지정…관리·단속은 낙제점
올해 추가 지정된 동구 동촌유원지 3곳은 시설물조차 미비
보행자·운전자 모두 불안·불편... "실효성 높일 방안 마련해야"

지난 3월
지난 3월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된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인근 '효동로 2길'. 보행자 우선도로임을 알 수 있는 시설물 개선조차 이뤄져 있지 않은 상태다. 정두나 수습기자

지난 26일 오후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일대. 이곳 주변 3개 도로는 지난 3월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됐지만, 이를 알리는 어떤 안내 표지판도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은 주취자들의 통행이 잦고 교통량이 많은 곳이라 주민이나 행인들의 안전을 위해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될 만 하지만 운전자도, 보행자도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근 주민 정홍렬(77) 씨는 "자주 지나는 곳이지만 보행자 우선도로인지 몰랐다"며 "안내 표시가 여러 곳에 있어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인데, 아무런 안내 시설물도 없고 행인들도 모르는데 지정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보행자 우선도로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지정 전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계도·단속은커녕 안내 표지판 등 관련 시설물조차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하나마나한 제도라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대구시내 보행자 우선도로는 10곳으로, 달서구(상인2동먹자골목, 젊음의광장, 용산큰시장, 송현동 행복빌리지)와 동구(동부초교, 동촌유원지 효동로 6길·2길, 해맞이동산입구)에 4곳씩 있고, 북구(대구보건대학), 수성구(수성동1가)도 각각 1곳이 있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차량보다 보행자 통행을 우선 하는 도로로, 지난 2022년 7월 관련법이 만들어졌다. 기초자치단체가 요구하면 대구시가 필요 여부를 판단해 지정하는데, 보행자 우선도로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고 유색 포장을 덮는 개선 공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시설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등 미비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도로교통법에 따라 보행자 우선도로에선 보행자를 위협해선 안 되고 운행 속도도 30㎞/h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에 제한 속도 위반을 단속해야 하지만 계도·단속 활동도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 권한은 행정기관에, 적발 및 단속 권한은 경찰에 있어 책임을 서로 미루다 보니 단속은커녕 관련 통계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다 분명하고 차별성 있는 규정과 강제 조항, 시설물 보강 등의 조치를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상관 경운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모든 도로는 원칙적으로 보행자 우선 규칙을 적용받고 있어 현재 방식의 보행자 우선도로를 설치해도 특화된 큰 변화를 느낄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권오훈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도로 포장을 매우 울퉁불퉁하게 하거나 도로를 지그재그 형태로 만들어 차량이 해당 도로를 다니는 걸 꺼리도록 만드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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