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구 본점, 시중은행’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지방은행 제도는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인 '1도(道) 1은행' 정책에 따라 지방 금융 지원을 위해 도입됐다. DGB대구은행은 국내 1호 지방은행이다. 지역 상공인들이 종잣돈을 모아 그해 10월 7일 대구은행을 설립했다. 박 대통령은 1호 정기예금 고객이 됐다.

'내자(內資) 동원' '지역 환원 금융 체계'. 대구은행 설립 당시 경영 목표다. 지역의 서민과 상공인들은 대구은행을 '우리의 은행'으로 여겼다. 지역민들은 '대구의 돈은 대구은행'이란 대구은행의 캠페인에 호응해 돈과 마음을 줬다. 대구은행과 지역의 유대는 견고했다. 대구은행이 위기를 맞았을 때 지역민들은 자기 일처럼 나섰다. 대구 상공인들은 외환위기 직후 대구은행 주가가 5천원을 크게 밑돈 상황에서도 액면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은행을 살렸다.

지방은행은 전국에서 영업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영업 구역 제한을 받는다. 대신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세금과 예산을 관리하는 '금고'의 계약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다. 지역 중소기업과 시민들의 높은 충성도는 은행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지방은행은 관계형 금융(기업과 밀접 관계로 얻은 비재무 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을 통해 시중은행과 다른 방식으로 지역 기업을 지원한다. 또 지역 인채 채용,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과 상생한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사명은 'iM뱅크(아이엠뱅크)'로 바뀐다. 본점은 대구에 그대로 둔다지만, 지역색은 옅어진다. 지방은행이 사라지는 데 대한 우려가 많다.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 지역사회 공헌 활동 축소 등을 걱정한다.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수도권의 자금을 대구로 환류시키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좋지만,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다. 지역 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대구은행은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국을 영업 대상으로 하는 시중은행은 대구경북 경제가 악화돼 영업 환경이 나빠지면 지역에서 돈을 빼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운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방은행이 없어진 충청, 강원에서 지방은행을 다시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구은행이 전국은행으로 지역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란 슬로건이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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