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건설사 브랜드 믿을 수 있나요

경제부 구민수 기자

경제부 구민수 기자
경제부 구민수 기자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신규 등록 업체보다 폐업하는 수가 많아지며 자연스러운 쇠퇴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폐업 신고는 종합·전문건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광주, 부산 등에선 한때 건실했던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 소식도 들려온다. 대구 소재 중견 건설사가 위기라는 흉흉한 소식도 경기가 어려워지면 자주 등장하는 지역 경제계의 걱정거리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대구 주요 건설사의 부채비율이나 영업이익률 하락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일부는 올해 들어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 건설사들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해당 건설사에는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수주 실적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건설사들이 대구에서 발생한 미분양 물량으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질 때 대구 건설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없어서 비교적 나았다는 설명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공사비 50억원 이상 민간 건설사업은 모두 80곳으로 전체 공사비는 11조1천134억원 규모다. 이 중에 시공사가 외지 업체인 곳이 68개소로 85%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 업체는 15%에 불과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시공사 브랜드를 보고 아파트를 선택하는 수요자의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지난 3월 전국 성인 남녀 5천46명을 대상으로 아파트 구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물은 결과 브랜드가 40.5%로 가장 높았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아파트는 품질, 설계, 안전성 등에서 수요자의 신뢰가 높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문제는 부동산 호황기에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던 아파트 브랜드가 어느 순간 부실시공과 하자 논란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지역에서도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브랜드 아파트의 하자 및 부실시공 논란이 반복되면서 대형 건설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브랜드만 믿고 수억원을 투자한 계약자는 부실시공에 한 번 울고, 이들의 터무니없는 대처에 두 번 울었다.

반면 지역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는 연일 벌어지는 신축 아파트 하자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모습이다. 이들이 맡은 현장이 상대적으로 적고 하자 논란이 생긴다 해도 서울 업체와 다르게 즉각적으로 대응해 소비자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지역 업체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협력업체 관리도 대형 건설사와는 차이가 있다. 대기업일수록 전국에 산재한 현장이 많아 어느 한 팀이 여러 현장을 다니면서 몰아치듯이 작업하는 '뜨내기' 중심의 인력 구조가 일반적이다. 지역 업체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협력사를 중심으로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닌 아파트는 모든 현장에서 동일한 품질을 내기 어렵다. 건설 작업은 대부분 수작업에 가깝고 세밀한 부분일수록 작업자의 능력이 크게 좌우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공을 맡은 건설사의 꼼꼼한 관리와 책임감이 필수다. 호황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브랜드의 이면을 본 아파트 소비자가 지역 건설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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