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겨울 강둑에 서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이 풍진 세상을 가로질러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노라고, 마른 갈풀을 스치는 바람이 대답하는군요. 손을 길게 뻗어 당신의 얼굴을 만집니다. 이런, 약간 여위셨군요. 가는 주름 사이로 우수 어린 표정이 곱습니다. 대구의 외곽을 끼고 도는 금호강은 한세상 급히 건너고 있는 당신을 향해 흘러가고 있습니다. 부디 강물보다 느리게, 천천히 걸으십시오. 가슴을 열어 강물을 맞이하십시오. 가슴의 가장 깊은 속을 향해 오래 흘러가게 하십시오. 몇 마리 오리와 함께 흐르는 강물을 따라가노라면, 꽃 피고 새 우는 시절까지는 내 몸이 당신 몸 곁에 이를 것 같습니다
<시작 노트>
눈앞에 한 권의 시집이 펼쳐진다. 시인은 자연이며 시집 제목은 금호강이다. 작품의 목록은 대강 이렇다. 오리, 왜가리, 물닭, 재두루미, 강갈매기, 물안개, 구름, 노을, 달, 별, 바람, 각시붕어, 수달, 멧돼지, 꿩, 갈풀, 여뀌꽃, 어리연꽃, 갈퀴나물, 갈대, 금계국, 개망초꽃, 쑥부쟁이, 왕골, 버들강아지, 물버들, 부들, 부레옥잠, 루드비키아, 물닭, 버들치, 새우, 피라미, 미꾸라지, 퉁가리, 다슬기, 강조개, 그리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물풀과 물벌레들. 하나 같이 살아 퍼덕거리는 싱싱한 작품들이다. 물속에서, 물가에서 뭇 생명이 꿈틀거리며 생명을 구가하는 압도적인 서정이 펼쳐지고 있다. 자연이 펼치는 서정적 권력에 압도당하면서 내가 펴낸 시집을 펼친다. 비할 바 없이 초라하지만, 내 시의 행간에도 강물이 출렁거리며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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