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꿈꾸는 시] 손훈희 '마음 들여다보기'

2009년 '시와 시학' 신춘문예 등단

손훈희 시인의
손훈희 시인의 '마음 들여다보기' 관련 이미지.

〈마음 들여다보기〉

겉으로 보이는 꽃봉오리만으로

수련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동글동글 떠 있는 수련 잎 사이로

내 급한 마음이 천천히 몸을 풀어

뿌리 밑바닥까지 하얗게 시간을 우려낸다

깊은 진흙 속에 잠겨 있지만

물 밖의 부드러운 흙을 탐내지 않는다

혼탁한 물에 온전히 몸을 내맡기고

햇볕을 쬐는 꽃줄기를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가라앉은 앙금 속에 자신을 가두고

온 세상의 더러움을 참고 삼킨다

드디어, 파란 정맥 같은 마음을

한 뼘, 두 뼘 키워내더니

온 힘을 다해 꽃 순을 밀어 올리고 있다

그 불꽃, 눈부시다

손훈희 시인.
손훈희 시인.

<시작 노트>

수련이 필 때면 괜스레 설렌다. 여고 시절 아침 조회 때 교장 선생님의 말씀. "진흙 속의 연꽃 같은 사람이 되어라."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모른 채 흘려버렸다. 나이가 들면서 언제부터인가 호수에 피어나는 수련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경건해지고 수련을 닮으려 마음을 가다듬어 보게 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