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가족들 간병하다 폐암 말기 판정…"이젠 누가 가족 돌보나요"

평범한 삶 꿈꿨는데…가족 3명이나 몸져누워
오빠 2명 치매, 어머니는 척추협착증·관절염 앓아
생활비 부족해 치료 받는 것도 한계 느껴

지난 23일 이지현(가명·53) 씨가 어머니 박금숙(가명·87) 씨를 돌보다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박성현 기자
지난 23일 이지현(가명·53) 씨가 어머니 박금숙(가명·87) 씨를 돌보다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박성현 기자

가족 중에 환자가 생기면 온 집안이 시끄러워지기 마련이다. 간병부터 병원비 부담은 물론 효험이 좋다는 음식과 약도 앞장서서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다른 가족들은 자연스레 일상을 잃는다.

아픈 가족 3명을 돌봤던 이지현(가명·53) 씨도 그랬다. 어머니 박금숙(가명·87) 씨와 오빠 2명을 돌보는 게 급하다 보니 본인의 일상과 하루는 늘 뒷전이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암이 찾아왔다. 지현 씨는 개연성 없는 이 병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습관처럼 간병을 하던 그는 정작 지금도 본인의 몸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

◆ 오빠 2명 치매판정...직장 관두고 간병 전념해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지현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경남 거창에서 대구로 이사를 왔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아버지가 목수로, 어머니가 잡부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왔고, 낯선 동네에서 7명의 가족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왔다.

지현 씨가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는 급속도로 집안 분위기가 나빠졌다. 10살 차이가 나는 큰오빠가 술버릇이 나빠 밤마다 집안을 소란스럽게 만든 탓이었다. 이미 다른 형제들은 출가를 한 상태였기에 이를 말리는 건 지현 씨 몫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항상 조마조마한 기분을 달고 살았고, 우울한 기분은 학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교를 졸업할 때쯤부터 지현 씨의 꿈은 그저 가족끼리 평범하고 화목하게 사는 것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던 그는 취업도 곧잘 했고, 꾸준히 돈을 모아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전세방도 마련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지현 씨가 집을 마련하고 얼마 안 돼 아버지가 간경화로 50대의 나이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본태성 손떨림'이 심해지는 등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곧이어 오빠들까지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 5살 차이가 나는 막내오빠가 8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데 이어 2년 전에는 큰오빠마저 같은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둘 다 미혼에 별다른 가족이 없었고, 간병은 지현 씨 몫이 됐다.

큰오빠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지현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오빠 2명을 간병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힘에 부쳤던 탓이다. 직장마저 갈 일이 없어지자 지현 씨의 하루는 간병으로 가득 찼다.

◆ 갑작스러운 폐암 말기 판정...어머니 간병하느라 본인은 뒷전

이 와중에 지현 씨 본인의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진 건 지난 2월쯤이다. 큰오빠와 함께 코로나19에 걸렸는데, 혼자만 기침이 낫질 않고 계속 이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CT 촬영을 진행했고 결과는 폐암 말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병원에서는 지현 씨에게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타박을 해댔고, 기침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었던 그는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벙찐 표정을 지었다. 곧장 병원에 입원해 한 달 동안 약물치료를 받은 지현 씨는 퇴원 후에도 2주마다 X선 촬영을 하며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사용하는 표적 항암치료제가 지현 씨와 맞아 암세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나 간병은 계속되고 있다. 오빠 2명은 지현 씨가 아픈 뒤로 요양원으로 들어갔지만 어머니 금숙 씨가 협심증과 척추협착증, 관절염 등을 앓으며 거동이 불편한 상태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암 전문 병원에라도 다시 입원을 해 병을 치료하고 싶지만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둘째 오빠는 경제활동을 하느라 지금도 1년에 한두 번 밖에 얼굴을 볼 수 없고, 언니 역시 어린 조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다. 얼마 전 금숙 씨가 장기요양등급자로 인정돼 하루 3시간 요양보호사가 오는 시간이 지현 씨에겐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 가족 간병을 일을 그만둔 지현 씨는 현재 약 15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다. 이 돈으로 오빠 2명 요양비는 물론 어머니 금숙 씨와 본인의 생활비, 치료비, 약값 등을 부담해야 한다. 돈이 모자라 그동안 모아놨던 돈도 조금씩 쓰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냈다.

온전히 본인의 치료에 전념하지 못한 탓인지 최근엔 지현 씨도 거동이 힘들어져 집 안에서는 보행기를 이용한다.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 위해 지난주에 관련 검사를 했고 이주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누워있는 금숙 씨를 바라보며 지현 씨가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가족들에 대한 걱정 사이로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얼른 건강을 회복해 가족을 돌봐야 하는데…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을 꿈꿨던 지현 씨 옆으로 자꾸만 빠지는 그의 머리카락이 방 한구석에 쌓여간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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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병마에 삶 빼앗긴 김병국 씨에게 2,405만원 전달

수술 어려운 간암 4기 진단받아 치료비 부족한 김병국 씨(매일신문 5월 14일 10면 보도)에게 2천405만3천308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전우식 5만원 ▷강종수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이원형 1만원 ▷하정현 1만원 ▷김리나 3천원 ▷이장윤 2천원 ▷'김민규안다겸' 5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도움 절실한 이기찬 씨 가족에게 2,416만원 성금

지적장애 아들, 우울증 아내 걱정뿐인 시한부 이기찬 씨(매일신문 5월 21일 10면 보도)에게 51개 단체, 168명의 독자가 2천411만6천579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포항하우방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박기태)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내당성당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하람산업(김병윤)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 10만원 ▷법무사김태원 10만원 ▷선진건설㈜(류시장)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성약국(허창옥) 10만원 ▷창성정공 (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연합광고 (김천수)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민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와우홀릭(김나율)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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