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인4쌤의 리얼스쿨] 아이들을 지치게 만드는 과도한 선행 학습

학습 관련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학습 관련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였다. 2교시 수학 수업 시간이었는데 우리 반 학급 반장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반장을 깨우고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수업 시간에 조는 일이 반복되었다. 반장에게 몇 시에 자는지 물어보았다.

"학원 숙제가 많아서 새벽 3시쯤 잤어요."

반장의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8시 30분까지 등교해야 하는데, 수면 시간이 5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반장에게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물어보았다. 초등학생인데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대답을 듣고 다시 한번 크게 놀랐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었다. 나는 수학 수업을 하고 나서 단원별 수행평가를 쳤다.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반장의 수학 성적은 학급 반 아이들을 기준으로 중간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 중학교 과정을 넘어서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고 있고, 매일 밤마다 학원 숙제 때문에 잠이 부족한 상황인데 현행 학습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고 부모님은 비싼 사교육비를 지불하느라 힘들고, 이중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장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적절한 선행학습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적절한 선행학습이란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2월 14일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선행학습 금지법)이 통과됐다. 지나치게 과열된 사교육을 막기 위해서 법으로 선행학습을 금지시킨 것이다. 단 공교육에서의 영재교육이나 학생 개인이 자발적으로 하는 선행학습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선행학습(先行學習)이란 학습자가 국가교육과정, 시・도 교육과정 및 학교교육과정에 앞서서 하는 학습을 의미한다. 즉 학생이 교육과정에 정해진 학습 순서보다 앞서 배우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조기교육이나 예습 과외 등이 선행학습에 해당된다.

지난 20년 이상 초등학교 현장에서 무수히 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선행학습은 과목 별로 한 두 단원 앞서서 예습하는 정도이다. 물론 영재성을 지닌 학생의 경우에는 학년을 앞서서 공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의 경우는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인해 현행 학습이 방해를 받게 된다. 학교에서 하는 현행 학습을 학원에서 오래전에 배운 상태라서 기억도 희미한데다, 한 번 들었던 기억에 현행 학습에 대한 흥미도까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 학원 숙제에 치여 힘들고 현행 학습의 성과까지 나지 않으니 설상가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키워야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부를 오래 지속하려면 학습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힘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데다 하고자 하는 의욕까지 없다면 절대로 오랜 시간 공부를 지속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학생 스스로 공부를 왜 하는지 알고 그 이유가 명확할 때 공부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과도한 선행 학습에 지친 학생들은 부모님이 강요해서, 학원 선생님께 혼날까 봐 두려워서 억지로 떠밀리듯 공부를 하다 보니까 나중에 가서는 공부 동력이 소실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학생들을 위태로운 선행학습의 낭떠러지를 내몰지 말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자기주도적 공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학생들이 구체적이고 단기적이면서 분명한 목표를 정하게 한다. 롤 모델을 정하거나 전공하고 싶은 과를 선택하는 등 자녀 스스로 진로와 진학 목표를 정하도록 돕는다.

둘째, 예습과 복습을 꾸준히 하는 습관을 갖게 한다.

셋째, 학교 수업에 충실하도록 한다.

넷째,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 나간다.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교과서를 읽고 정리하면서 스스로 공부 내용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 나만의 공부법을 터득하도록 노력한다. 소리 내어 책을 읽거나 외우는 방법, 공책에 공부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방법 등 나만의 공부법을 만들어 가면서 적용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처럼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공부 습관을 통해 학생들은 어른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배우게 될 것이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초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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