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약이 내 건강을 위협한다…'약물 연쇄 처방'이란?

노인 3명 중 1명 다제약물 복용…부작용을 다른 증상으로 인식
과도한 약 처방 다른 질병 불러

여러 약을 먹다가 건강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노년층 환자에게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여러 약을 먹다가 건강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노년층 환자에게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대구가 얼마 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사회에서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문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건강일 것이다. 어느 시대 할 것 없이 나이가 들면 그만큼 몸이 아파오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문제는 노년기에 가장 큰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당장 닥쳐오는 문제다.

최근 노년기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약'이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약인데 이게 왜 건강을 위협하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 약들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카드 돌려막듯 약으로 돌려막다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홍정호 계명대동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3명중 1명은 5종류 이상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다제약물 복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는 등 다제약물 복용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인구의 고령화와 이로 인한 만성질환의 증가로 다제약물 복용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꼭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카드 돌려막기와 비슷한 '약물 연쇄 처방'

이러한 다제약물 복용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한 가지는 약물 연쇄 처방이다. 약물 연쇄 처방이란 약물 복용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고 이 부작용을 다른 증상으로 인식하여 또 다른 약을 처방받는 현상을 말한다.

약물 처방 연쇄가 노인 환자들에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새로운 증상이 발생하면 약물 부작용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 그런가 하고 병원에 내원하여 새로운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약물 연쇄 처방의 흔한 예는 NSAID(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이다. 관절 통증으로 소염‧진통 효과를 위해 NSAID 계열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서 부작용으로 고혈압이 발생하고, 혈압약을 추가 복용으로 인한 신장 기능 저하로 이뇨제가 추가되고, 이뇨제로 인한 통풍이 발생하여 통풍약을 복용하고, 통풍약을 복용하다가 간기능 이상으로 간보호제를 복용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위 보호제도 다제약물 복용과 연쇄 처방의 흔한 예시다. 약 처방 시 보통 함께 처방하는데, 여러 가지 증상이 있을 때 해당하는 진료과의 각 병원마다 처방을 하게 되는 중복처방이 많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사이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캡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사이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캡쳐

◆ DUR을 보조하는 디지털 시스템도 개발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는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 DUR)를 각 병원에 제공하고 있다. 환자의 이전 처방 약을 보고 중복 여부를 판단하도록 만든 시스템인데, 약점이 있다.

홍정호 교수는 "동일 성분의 약에 대해서는 알람이 제공되지만 작용되는 방식만 동일하고 성분이 다른 약은 별도로 입력창에 복용중인 약물을 모두 입력해야 비교 및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동일한 효과를 지닌 약물이더라도 기전이 다를 경우에는 확인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약물 연쇄 처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현재 호소하는 증상이 다른 약물로 인한 부작용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러려면 과거 내원한 진료과와 처방받은 약물의 성분과 용법, 용량 및 기간 등의 확인이 필요하지만 현재 DUR 시스템 상으로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심평원에서 과거 처방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는 있으나 접근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디지털헬스케어 업계에서는 DUR의 약점을 보완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드러그링크(DrugLink)라는 약물정보제공 플랫폼에서는 심평원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API)를 활용, 개인의 과거 진료 및 투약, 건강검진 내역 및 결과 등의 정보를 조회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홍정호 교수는 "이전까지 다제약물복용과 약물연쇄처방을 예방하기 위한 정석적인 해결방안은 환자와 의료진 양측이 노력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더욱 면밀히 내역을 살펴보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기술적 자원이 범람하는 시대에 활용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뉴스에서는 대학 병원급에서 도입하는 거창한 디지털헬스케어 기술과 제품들만 비춰지곤 하지만, 1차 의원급에서도 활용 가능한 기술과 제품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도움말 홍정호 계명대동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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