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물가 부담 줄여주는 PB상품 도대체 왜 규제하나” 소비자·정치권 반대 여론 봇물

"쿠팡에 생수 검색하면 싼 탐사수가 상단에 못 뜨는 규제를 하는 거냐” “중소기업 죽이기냐”

댓글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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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규제 논란이 확산되면서 주요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소비자들 사이에선 반대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산 직구 규제를 발표했다가 '소비자 선택권'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책을 철회한 정부가 저렴한 PB상품 규제를 겨냥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다. 공정위 규제에 따라 고물가 속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PB상품의 판촉이 제한되고, 중소 제조사들에게도 경영난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백화점과 편의점 상품 진열도 정부가 간섭할 태세…국민 발목잡은 단통법·도서정가제와 뭐가 다르냐"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5일, 다음달 5일 2차례에 거친 전원회의를 통해 쿠팡의 직매입(로켓배송 등)과 PB상품의 우대 의혹을 심사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공정위는 쿠팡이 '쿠팡 랭킹순' 등과 무관하게 PB상품을 검색결과 상단에 우선 노출하는 것을 문제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생수'라고 검색했는데, '탐사수'같은 PB상품이 일반 브랜드와 비교해 전진 배치됐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PB상품 뿐 아니라 애플이나 삼성 신제품을 포함한 직매입 상품의 우선 노출도 '알고리즘 조작'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최근 직구 논란이 나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PB상품은 된장이나 두부, 우유 상품 같은 식료품부터 세제 같은 일반 대기업 상품과 비교해 30~40% 이상 싸게 판다. 마케팅과 유통 비용, 소비자가를 줄여 물가 대응에 도움을 준다. 쿠팡 가격 추적앱 '역대가' 등에 따르면 쿠팡의 설탕·시리얼·두부·배추김치 등 주요 가공식품 베스트셀러 PB상품 44개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7.2% 하락했다.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들도 우유나 도시락, 감자칩 등 주요 PB상품을 최저가 수준에 판다.
소비자들은 "휴대폰이나 책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을 막는 단통법과 도서정가제가 국민을 발목잡는 것처럼 저렴한 구매를 왜 규제하냐"고 반문한다. 직장인 김모씨는 "시장에서 양파나 참외 진열 순서를 지적하면 시장이 뒤집어지지 않겠느냐"며 "자유 시장 국가에서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썼다. 쿠팡 조사가 PB상품을 활성화해온 업계 전반에 퍼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PB 상품을 입구 근처나, 주요 품목 카테고리 진열대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인 '골든존'에 배치하는 만큼 쿠팡 같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쿠팡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유통업의 본질이고, 이를 규제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반박해왔다.
이에 소비자들은 "백화점과 이마트, 편의점 상품 진열도 간섭할 태세" "노브랜드 좋아하는 사람들은 욕할 수밖에 없다. 가격 안전성을 위해 소비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은 지난 24일 본인 페이스북에 "물가 인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 속에서 물가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구나 PB를 건드리는 것을 보면 정책의 방향성을 누가 설정하는지 궁금해진다"며 "PB를 통해 유통기업이 중소제조사들의 제품을 소싱하는 경우도 많고, 당장 소비자는 다만 몇백원이라도 싼 제품을 찾아 가격비교를 한다"고 쓰면서 논란이 커졌다.

댓글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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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상품 자체가 반값인데…우선 노출은 물가 안정화 대책 아닌가" 의견도

이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를 속이는 고객 유인 행위를 조사하는 것이지, PB상품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PB상품의 개발·판매를 억제하여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를 속이는 불공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 해명에도 소비자 일각에선 "PB상품 자체가 반값 수준인데 이를 우선 노출했다면 오히려 물가를 안정시킨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저렴한 PB상품을 중심으로 우선 노출했다면 그것이 과연 중대한 소비자 피해가로 이어졌는지, 고객을 기만했는지 공정위가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PB상품 규제가 중소 제조사들을 위축시키는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가 만드는 PB상품은 '자체 브랜드'는 맞지만, 중소 제조사들이 생산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 매대공간은 협상파워를 가진 대기업 브랜드가 대부분 입점해있다. 이때 PB브랜드가 상품의 주요 카테고리별 골든존(170cm 이하 매대)에 배치돼 소비가 활발해지면 상대적으로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중소 제조사들의 매출 신장에 도움을 준다. 한 누리꾼은 "한국에선 좋은 제품인데도 입점을 못하면 아예 경쟁이 되지 않고, 중소업체는 이를 버틸 자본이 없다"며 "이런 식이라면 특정 기업에게만 유리한 구도로 가서 신생기업과 기업을 착취하는 기형적 구도가 생길 수 있다"고 썼다. 쿠팡은 PB상품의 90%를 중소제조사가 만든다. 이마트나 롯데마트도 중소 제조사들이 PB상품을 주로 제조한다.
최근 정부가 직구 정책으로 엇박자를 낸 만큼, PB정책 정책 혼선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대형마트에 "PB상품 확대 등 적극적인 대체 상품 발굴로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PB상품의 우선 노출이 업계 전반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부처끼리 PB상품에 대한 정책 온도차가 뚜렷한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자유시장경제에 역행하는 규제" "단지 기업에 대해 저승사자로 군림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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