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쉼터를 떠난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꾸준한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매일신문 5월 27일 보도)가 커지는 가운데 퇴소 후에도 쉼터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는 청년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0월 달서구남자단기청소년쉼터를 떠난 서상은(25) 씨는 지금도 매달 정기적으로 쉼터를 다시 찾는다. 그에게 쉼터는 또 다른 고향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는 쉼터 덕에 꿈을 가질 수 있었다며 연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서 씨에게 가정이 없어진 것은 지난 2013년. 당시 화물차를 몰던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 여파로 어머니마저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서 씨와 그의 누나는 아버지 친구 집에서 생활을 하게 됐다. 그는 당시 아버지 친구 부부에게 잦은 폭언, 폭행을 당했지만 마땅히 지낼 곳이 없어 그저 참고만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성인이었던 누나는 집을 떠났고, 서 씨는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않은 채 아버지 친구 부부가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별도의 월급을 받지 않고 일을 했다. 치킨집이 망한 뒤로는 인근 족발집에서 일을 했는데, 그곳에서 받은 아르바이트비도 몽땅 부부에게 뺏겼다.
서 씨는 2018년에야 그곳을 떠나왔다. 당시 아버지 친구의 아내가 서 씨 몸에 뜨거운 물을 들이붓는 학대를 가했고, 이후 서 씨는 경찰과 복지단체를 통해 달서구남자단기청소년쉼터를 소개받았다.
그는 "처음엔 모든 상황이 낯설어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병원 치료만 받았다"고 회상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그를 에워싸고, 별다른 삶의 의미도 찾지 못했다. 그러다 그에게 먼저 다가와 준 쉼터 친구들과 직원들 덕에 그는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
이후에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다니며 검정고시 공부도 꾸준히 했다. 그는 "사실상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안 했었는데, 청소년쉼터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응원과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며 "1년 뒤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나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공부에 재미를 느낀 서 씨는 그 뒤로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해 굴삭기와 지게차 면허를 잇따라 취득했고 관련 특기를 살려 군 입대를 하게 됐다. 전역 후에도 갈 곳이 없던 그는 쉼터에서 생활을 이어가다 대형트레일러 자격증까지 취득한 뒤 대구에서 가장 큰 레미콘 회사에 취업했다.
서씨는 "회사에서 성실히 일하며 종잣돈을 모았고, 얼마 전에는 직접 11톤 트럭을 구매해 혼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돈을 많이 벌어 나 같이 힘든 상황에 있는 청소년을 돕는 것이 꿈"이라며 "달서구남자단기청소년쉼터가 없었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퇴소 후에도 쉼터에서 자립물품을 보내주는 등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전명진 달서구남자단기청소년쉼터 소장은 "우리 쉼터는 대구에서 유일하게 구립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청소년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상은이처럼 쉼터를 발판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마냥 색안경만 끼고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정관념이 바뀔 수 있도록 쉼터에서도 노력을 계속해서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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