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석 부족…국힘 찬성파 입장 바꿨나, 민주서 이탈표 나왔나

채상병 특검법 최종 폐기…절차·내용 한계 표결 결과 반영
공수처 수사 중 명분이 없고 野 특검 임명권 독점 거부감
노골적 추진 반발심도 영향…재의결 대비 의원 다독이기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의 표결 결과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전달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부결되자 방청석에서 일어나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의 공고한 단일대오가 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거대 야당의 정치공세를 막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 상병 특검법)이 28일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된 것이다.

표결 결과는 재석 294명,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였다. 196명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여당(국민의힘 113석) 의원들이 똘똘 뭉치면서 특검법은 자동 폐기됐다. 정치권에서 여당이 모처럼 단합된 힘을 보였다면서 이탈표는 여당이 아니라 야당에서 나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성공적인 표 단속 결과에 대해 여당 내부에선 절차와 내용적인 측면에서 특검법이 가진 한계를 여당 의원들이 간파하고 있었고 거대 야당의 노골적인 특검 추진 저의에 대한 반발도 표결 결과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절차적인 측면에서 '민주당'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여 신설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특검수사는 명분이 없다는 데 여당 의원들이 완벽하게 동의하면서 이탈표를 최소화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검찰의 편파수사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며 '민주당'이 무리수를 동원해 만든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야당이 특검을 주장하면서 여당 의원들은 일찌감치 '이번 특검은 정치공세일 뿐'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용적인 측면에서 야당이 수사를 주도할 특별검사 임명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여당 의원들이 저항수위를 높였다.

특히 절차와 내용 모두 엉터리인 법안을 거대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자 여당 내부에서 야당의 '눈 가리고 아웅'식 정치공세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전투의지가 한껏 고조되면서 똘똘 뭉치게 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당의 핵심 관계자는 "야당의 특검공세는 현직 대통령을 벼랑으로 몰아 국정을 흔들고 여원의 자중지란을 촉발해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며 "비극적인 사회적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온 '민주당' 뻔한 노림수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경험칙이 여당 의원들의 단결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심지어 여당 일각에선 국정 흔들기로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꼼수에 분노한 야당 의원이 이탈대열에 합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전·현직 원내지도부의 촘촘한 표 단속과 곧 있을 공공기관장 인사가 여당의 일치단결을 촉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검법 재의결 분위기가 고조되자 추경호 원내대표(대구 달성)를 비롯한 현 원내지도부는 물론 윤재옥 전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 등 전 원내지도부들까지 발 벗고 나서 공천과 총선 결과에 불만이 있을 수 있는 의원들을 다독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총선 낙선·낙천 의원이 50명이 넘는데 이분들의 애국심이 이번에 큰 역할을 했지만 이분들이 현 정권에 기대한 바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첫 과제를 잘 풀어냄에 따라 추경호 원내대표가 이끄는 여당 원내지도부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적은 수지만 힘을 합치면 해낼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는 22대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92석으로 할 수 있는 야권의 정치적 힘자랑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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