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의 한 부대에서 육군 훈련병이 일명 '얼차려'로 불리는 군기 훈련을 받다 사망한 가운데, 훈련병이 20kg이 넘는 군장을 메고 '선착순' 달리기를 하는 등 가혹행위에 준하는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장 무게를 늘린다"며 군장의 빈 공간에 책도 여러 권 더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23일 오후, 훈련병은 24kg 안팎에 달하는 무게의 완전 군장을 한 채 ▷보행▷구보▷팔굽혀펴기▷선착순 달리기 등이 반복되는 군기훈련을 받았다. 이 훈련병은 군기훈련을 반복해 받던 중, 구보를 하다 쓰러졌다. 쓰러진 순간은 오후 5시 10분으로, 훈련이 시작된 지 약 40분 후로 파악됐다.
특히 이 훈련병은 약 300m 길이 연병장 한 바퀴를 동료 훈련병 5명과 함께 선착순으로 돌아오는 훈련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기훈련 방법에 따르면, 완전 군장을 한 채 구보나 팔굽혀펴기를 하는 건 육군 규정 위반이다. 선착순 달리기 역시 규정에 아예 없는 훈련이다.
여기에 이들이 멘 군장 내에 빈 공간이 많아 군장이 무겁지 않다며, 책 여러 권을 넣어 군장을 더 무겁게 만든 것으로도 알려졌다.
훈련병은 쓰러진 뒤 다리가 시퍼렇게 변하고, 콜라색 소변을 보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훈련병이 이송된 국립병원 및 민간병원에선 이 훈련병이 '횡문근 융해증'과 열사병 증상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횡문근 융해증'은 무리한 운동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팔이나 다리 등 움직임이 있는 부위의 골격근인 횡문근(横紋筋)이 융해되는 증상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질병관리청은 숨진 훈련병을 올해 첫 열사병 추정 사망자로 분류했다.
한편, 당시 군기훈련 현장에는 초기엔 중위인 부중대장이 있었고, 중대장인 대위는 훈련 중간에 현장에 합류해 훈련을 지시·통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훈련이 육군 규정을 위반해서 가혹하게 진행된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고 말했다.
군 수사당국이 사건에 대한 초동 조사를 진행한 가운데,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규정을 위반하고 훈련병들에게 가혹한 훈련을 지시한 정황이 비교적 뚜렷하다고 보고, 28일 사건을 강원지방경찰청에 이첩했다.
경찰은 이들 두 간부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브리핑에서 "군기 훈련 중 식별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경찰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첩했다"며 "육군은 사건 이첩 이후에도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정확하게 규명되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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