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3년째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주요 전선에서 밀리는 등 고전을 겪고 있다. 서방은 전세를 뒤집기 위해 그동안 금기시해온 '서방 지원 무기로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과 '서방 병력의 우크라이나 파병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할 경우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서방 "러 본토 공격 허용해야"
서방 정상들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장 적극적이다. 28일(현지시간) 독일을 국빈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민간 시설이나, 우크라이나 공격과는 무관한 러시아 군사 시설 등을 표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지난 24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 사용에 대한 일부 제한을 해제해야 할지 숙고할 때"라며 전선에서 고전하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게끔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27일에는 불가리아에서 열린 나토 의회연맹 춘계총회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 무기 발사 제한을 해제할 것을 회원국들에 촉구하는 선언문이 채택됐다.
호세프 보렐 유렵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국방장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서방 지원 무기를 활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우크라 스스로 결정해야"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최근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묵인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달 14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본토 공격과 관련해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위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을 우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되 러시아 본토 내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건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의 요구를 수용해 기존 방침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와 관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8일에도 "(현재의 상황은) 적이 당신을 쏘고 있는데, (반격을) 허락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응 사격을 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로 서방을 거듭 압박했다.
◆유럽 파병론도 다시 고개
이런 가운데 유럽 파병론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러시아 인접국은 최근 파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여러 경로로 전하고 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28일 폴란드 일간 가제타 비보르차 등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파병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리의 의도를 추측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트해 연안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도 파병 가능성을 살려두고 있다. 독일 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발트 연안국 의원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황이 극도로 악화할 경우 러시아군이 국경에 접근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파병론과 관련해서도 아직은 EU나 나토 내부적으로 이견이 팽팽한 것으로 보인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8일 EU 국방장관회의에 앞서 취재진에 "우리는 나토 전투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려는 어떠한 계획도 갖고 있지 않으며 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푸틴 "본토 타격 땐 심각한 결과 초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 순방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 특히 작은 국가들은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노는지 알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작고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들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하기 전에 이를 명심해야 한다"며 위협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파병론과 관련 "우크라이나에 서방 용병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며 "파병군들은 러시아의 합법적인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다면 완충지대 설정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제2 도시 하르키우 공세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완충지대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이는 6개월 전에 우크라이나에 경고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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