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교향악단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오는 14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나의 음악, 나의 조국'이라는 부제로 '제506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올해는 체코의 국민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1884)의 탄생 200주년이자 서거 140주년이 되는 해이다. 드보르자크가 체코 음악을 세계화했다면, 그의 스승인 스메타나는 체코 민족음악을 확립시킨 작곡가로 체코 국민들에게 독립 의지를 북돋웠다.
이날 무대에서는 스메타나의 오페라 '팔려간 신부' 중 세 개의 춤곡과 그의 대표작인 '나의 조국' 중 네 곡을 발췌해 연주하며, 세계적 트럼페터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협연으로 아르투니안의 '트럼펫 협주곡'도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스메타나의 오페라 '팔려간 신부' 중 세 개의 춤곡이다. 오스트리아의 통치를 받던 체코에서 독일어가 아닌 체코어로 써진 민족 오페라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며, 보헤미아의 전통 선율과 민속 춤곡 리듬 등이 사용되어 체코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큰 인기를 얻었다.
'팔려간 신부'는 전 3막으로, 19세기 보헤미아 농촌 마을에서 부농의 딸과 하인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대구시향의 연주로 만나볼 세 개의 춤곡은 2박자의 빠른 '폴카', 3박자 리듬의 왈츠풍 '퓨리안트', 그리고 활기찬 민속 춤곡인 스코치나 느낌이 드는 '코미디언의 춤'이다.
'팔려간 신부'의 성공 이후 스메타나는 체코의 국민 작곡가로 인정받으며 지휘와 작곡 활동을 병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 악화로 1874년 10월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결국 그는 프라하 국립가극장 지휘자를 사임하고, 큰딸이 사는 프라하 북쪽 야브케니체에서 창작 활동을 하며 말년을 보냈다. 이처럼 절망적 시기였던 1874년부터 1879년 사이, 그는 여섯 곡으로 구성된 '나의 조국'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마치 6악장의 교향곡처럼 보이지만, 각 곡은 독립된 성격을 지녀 연작 교향시에 가깝다. 원래 스메타나는 '비셰흐라드', '블타바', '샤르카', '보헤미아의 초원과 숲에서'까지 네 곡을 계획했다. 각 곡이 완성될 때마다 한 곡씩 초연했고, 연이어 모두 성공을 거두자 '타보르'와 '블라니크'를 추가로 만들었다. 이후 1882년 11월에 전곡이 초연된 뒤 프라하시에 헌정됐으며, 매년 5월 12일 스메타나의 기일에 맞춰 열리는 '프라하의 봄' 음악제에서 '나의 조국'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전통이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높은 성'이란 뜻의 '비셰흐라드',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곡이자 작은 샘이 큰 강을 이루는 흐름과 체코인의 생활 모습을 그린 '블타바', 연인에게 버림받은 후 남자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숲에 숨어든 여인의 전설을 담은 '샤르카', 그리고 체코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린 '보헤미아의 초원과 숲에서'를 들려준다.
협연 무대는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가 아르투니안의 '트럼펫 협주곡'으로 화려한 금관악기의 울림을 선사한다. 트럼페터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는 놀라운 기교와 부드럽고 벨벳 같은 음색, 깊은 감성을 모두 갖춘 세계 최정상 연주자로 꼽힌다.
아르메니아 예레반 출신의 작곡가 아르투니안은 토속적인 선율을 활용해 스메타나처럼 민족주의 색채를 선명하게 보여준 20세기 음악가로 평가받는다. 1950년 완성된 이 협주곡은 그의 대표작으로,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기도 하다.
백진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독일, 러시아 등 열강의 지배를 받은 체코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와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나라로, 200년 전 격동의 시대에 태어나 누구보다 체코의 독립을 염원했던 스메타나는 음악으로 자유를 꿈꾸고 체코인의 정체성을 지켰다"면서 "그의 두 작품을 통해 조국에 대한 사랑과 보헤미아의 찬란한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석 3만, S석 1만6천, H석 1만원. 문의 053-250-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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