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잇단 악재에 직면한 '삼성전자' 일류기업다운 위기관리 능력 보여줄까?

AI 칩 주도권 확보 불투명…주력 반도체 사업 수장 교체
사상 첫 노조 파업 선언, 반도체 생산현장 안전사고 발생
전영현 부회장 "새로운 각오로 어려움 극복할 것"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잇따른 악재 속에 일류 기업다운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AI(인공지능) 시대 개막으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사상 첫 노동조합 파업으로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하지만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새로운 리더십으로 재도약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 AI시대 흔들리는 입지

AI가 세계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AI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는 엔비디아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애플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기업 TSMC는 엔비디아와 연대를 형성해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AI 메모리 반도체 HBM 시장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HBM 5세대 제품 HBM3E 양산에 들어갔으며, 6세대 제품인 HBM4 양산 시점도 내년으로 앞당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14조8천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 사업이 1조9천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위기감을 느낀 삼성전자는 경쟁력 복원을 위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를 확대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반도체 사업의 수장을 기존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이례적인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24일에는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즉각 입장을 내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하는 일도 있었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사상 첫 노조 파업 선언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우선 조합원 전원에게 6월 7일 하루 연차를 소진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즉각 파업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1969년 창사 이후 단 한 번도 파업이 없었던 터라 여파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조가 3개월여 만에 재개된 노사 간 본교섭이 파행한 지 불과 하루 만에 파업 선언을 한 것을 두고 "본교섭 파행은 파업 선언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전날 기자회견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집행부가 참석하는 등 민주노총이 개입하는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안전사고도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27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고, 이에 앞서 지난 24일에는 기흥사업장 어린이집 신축공사 현장에서 5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 '구원투수' 전영현 부회장 역할 주목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게 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전 부회장은 지난 21일 인사 발령과 동시에 화성 사업장으로 출근해 사업부별로 업무 보고를 받고 향후 전략 구상에 주력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취임 9일 만인 30일 DS 부문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임직원 여러분이 밤낮으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어려움은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저력과 함께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어보자"고 당부했다.


이번에 파업을 선언한 전삼노는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중 최대 규모로, DS 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특히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DS 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로 책정된 직후 조합원 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전 부회장이 전사 차원에서의 임금 교섭과는 별개로, 노조원을 달래고 이번 파업 선언이 '반도체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BM 5세대인 HBM3E 제품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는 것을 비롯해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전 부회장의 당면 과제 중 하나다.

최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차세대 제품에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기술의 반도체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시사한 만큼 이 같은 기회를 살려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개선을 이뤄내야 할 책임도 있다.

한편,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다음 달 12∼13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SAFE 포럼 2024'를 열고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과 AI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전략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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