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미술, 환경을 보호하라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인간은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관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한 개인, 단체, 정부 등은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해오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미술이 할 수 있는 환경 보호는 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미술가가 제작하고 관람객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미술은 많은 방식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미술 분야는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라는 말을 실현한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미술 작품과 전시를 보기 위해 주로 비행기를 이용하고, 미술 작품 역시 운반 및 취급이 까다로워 주로 항공을 선호한다. 그러나 항공운송은 육상운송의 10배, 해상운송의 60배 이상의 탄소를 배출한다.

탄소 배출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미술계도 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는 작품 운송에 적합한 특별 컨테이너를 개발한 회사와 해상운송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한 기술 발달로 직접 가지 않고도 작품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늘어나고 있다.

전시에도 환경을 파괴하는 요소들이 많이 사용된다. 읽고 버려지는 전시 안내문, 전시 후 폐기물이 되는 가벽, 안전한 작품 운송을 위해 사용된 포장재, 전시 기간 내내 작품을 밝히는 조명, 작품 손상을 막기 위해 24시간 가동되는 항온 항습 기계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전시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래서 미술 전문가들은 종이를 사용한 전시 및 미술품 안내 대신 QR 코드 등을 활용한 온라인 안내를 제공하고, 기존의 종이 안내서 양을 최소한으로 줄여 병행하기도 한다. 대구미술관의 경우, 관람객이 전시장을 나가며 출구에 비치된 통에 안내서를 넣고 가면 소독 후 다시 사용하기도 했다.

작품 포장재는 재사용이 가능한 박스나 포장재를 제작하는 업체가 생겨 환경 보호를 실현하고자 하는 작가나 컬렉터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벽은 최대한 재사용할 수 있도록 분해하거나 조립식 벽체를 사용해 자원순환을 실천 중이다. 프리즈 런던에서는 전시장의 천막과 카펫까지 재사용했고, 파리 피악은 파리 포토페어에서 사용했던 칸막이 구조물을 재사용했다.

조명은 에너지 절감 조명으로 교체하고, 엄격하게 지켜져야만 했던 온·습도 규정을 완화하는 등 지속 가능한 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OCA의 분관에서는 9월 개최될 예정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에서 온도 규정 범위를 상하 15℃ 정도 확장해 운영할 계획이며, 해머 뮤지엄은 예술가들의 동의를 받아 완화된 온·습도 범위를 시험 운영할 예정이다.

환경운동가들이 환경에 대한 경고로 명화 작품에 음식물을 투척하며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가하다고 비난했지만, 실제로 미술계는 오래전부터 환경과 예술이 공존해 미래세대가 자연과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미술계는 절대로 한가하지 않으며, 오늘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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