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위기의 삼성전자,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나와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창사 이래 첫 노조 파업 선언이다. 삼성전자 5개 노조 중 최대인 전삼노는 소속 노조원이 2만8천여 명으로, 절대다수가 DS(반도체 사업부) 부문 직원으로 알려져 있다. 전삼노는 다음 달 7일 연차 사용 지침을 전달했다.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전자에서 첫 파업 선언도 충격이지만 삼성전자가 온갖 악재 속에 돌파구를 찾으려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와 국민들의 걱정은 더 크다. 인공지능 붐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선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고, 얼마 전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에 HBM 납품을 위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즉각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지만 시장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전삼노의 파업 배경에는 성과급이 있다. 직원들은 한 푼도 못 받았는데 임원들은 수억원씩 받았다고 주장하고, 성과급 지급 조건을 경쟁사들처럼 자본 비용을 제외하지 않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꾸라고 요구한다. 노·노 갈등 조짐도 보인다. 민주노총 개입과 관련해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파업 선언은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움직임이었다. 혁신이 사라진 삼성, 사법 리스크로 리더십 공백에 빠진 삼성에 대한 우려는 줄곧 있었다. 핵심 인재들이 경쟁사로 빠져나가고 최첨단 반도체 경쟁에서 1차 공급망에 끼지 못했다. 고액 연봉자들의 파업, 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수순이라는 비난도 소용없다.

파업은 삼성 위기의 잔물결일 뿐이다.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일갈했던 고 이건희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필적할 비전 제시가 절실한 시점이다. 삼성전자의 위기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가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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