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연극 리뷰] 국보 영남루와 천년 사찰 무봉사, 밀양강 물줄기로 그려지는 밀양강의 뮤지컬 <별들의 노래> ‘역사의 기억과 축제의 환기’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

조선시대 후기의 대표적인 목조 건축물인 밀양 영남루는 신라 경덕왕(742~765) 때 신라의 5대 명사 중 하나였던 영남사의 부속 누각에서 유래됐다. 고려 공민왕 때(1365) 밀양 부사 김주가 규모를 크게 중수했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현재 누각은 밀양 부사 이인재 부사가 1844년에 중건한 것이다. 보물 147호 '영남루'는 지난해 국보로 지정됐다. 진주 촉석루(矗石樓), 평양의 부벽루(浮碧樓)와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인데 바라보는 풍광은 동양화 한점이 도심에 걸쳐 있는 것 같다. 진통도 많았다. 일제 강점기인 1933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1955년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1962년 문화재 재평가가 이루어졌는데 보물로 재지정 되어오면서 국보인 영남루의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절벽 위 남향하고 있는 영남루는 조선 후기에 밀양도호부 객사의 부속 누각으로 많은 묵객이 '시'를 남겼다.

누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조선 16경의 하나로 그 절경에 취해진다. 퇴계 이황, 목은 이색, 삼무당 문익점 선생의 시(詩)와 12개의 시판(詩板)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밀양 ' 영남루'의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제66회 '밀양아리랑대축제' 전야제 행사인 (총감독 안태경, 기획 감독 박민희, 대본 오세혁, 연출 정철)가 영남루와 밀양강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방향 가로 40미터, 세로 20미터 정도로 보이는 밀양강 둔치의 특설무대에서 바라보는 영남루(嶺南樓)는 국보의 품격을 보였다. 밀양 남천 강변의 배경은 뒷산 정도 크기의'아동산'이 받치고 있다. 산에는 국보 영남루와 773년 신라 혜공왕 때 법조 스님이 창건한 천년 사찰 '무봉사'가 있으니, '아동산'도 밀양 시민들 마음의 국보인셈이다.'밀양강오딧세이' 공연을 위해 '아동산'은 매핑기술로 야경의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었고 영남루의 실경(實景)은 레이저 조명으로 현대와 역사가 공존하여 있었다. 안태경 총감독은 공연 마지막까지 250여 명이 등장하는 군무 앙상블의 등, 퇴장을 점검하고 있었다.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 국보 영남루와 천년사찰 무봉사, 물줄기가 무대배경이 되는 <2024밀양강오딧세이>

2024 '밀양강 오딧세이'는 프로시니엄 무대를 이탈해 자연경관이 무대이다. 영남루, 밀양강 물줄기, 아동산이 배경이고 자연 소음도 공연이 되는 축제다. 자연의 배경은 산수화처럼 보였다. '위대한 유산 국보 영남루'로 시작된 오프닝 무대(공연)는 밀양의 노동요' 목매소리'를 재창작해 뮤지컬 배우 금보미의 독창으로 시작됐다. 시민 200여명의 군무 앙상블은 개량화된 한복 색동 옷으로 등장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곡식을 갈며 맷지게질 할 때 부르던 "백옥같은 쌀이 난다, 어허 목매야""검은 솥에 밥을 앉혀, 어허 목매야"라는 가사는 민초들의 삶의 말이였고 시였다. 밀양강 오딧세이 오프닝 무대는 밀양의 전통을 현재화 한 것이 특징이다. 거추장 스러운 무대 구조물이 없고 여백을 보이는 특설무대는 담백해 보였다. 밀양의 전통과 역사가 재현되면서 무대는 웅장했다. 서사 공간은 멀티미디어와 영남루의 역사, 아랑각이야기, 밀양십경의 경관들이 대형스크린으로 투사되면서 200여명의 시민들과 배우들은 평형과 대각 방향 뛰고 움직이며 색동깃발로 밀양의 역사성을 환기해 주었고 민족애는 밀양의 역사를 탈환하는 것처럼 역동적인 무대를 보였다. 금보미의 가창은 소리의 파동만큼 극적인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영남루의 '제영시문'으로 창작된 '시문의 노래'는 뜨거웠고 야외객석 2만여 명의 관객들은 박수로 마음을 표현했다. 현재 시점으로 돌아온 무대는 밀양에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극중인물 미리(이한솔 분) 가 등장한다. 임진왜란의 작원관 전투의 서사부터 현계옥과 윤세주로 이어지는 밀양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독립운동사'까지 역사의 파동들이 무대로 그려졌다.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3막으로 구성된 뮤지컬 '별들의 노래'의 구성은 이렇다. 밀양을 대표하는 밀양부사 박진 장군, 임진왜란(1592, 선조 25)이 일어나자, 노모를 등에 업고 효평 전투와 유천 전투에서 의병으로 공을 세운 김유부, 의열단과 현계옥, 윤세주를 중심으로 밀양 만세운동까지 3백 년의 시공간이 과거 현재로 소환되면서 '별들의 노래'는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올해 2024 '밀양강 오디세이' '별들의 노래'는 뮤지컬과 축제적인 구성으로 그려지는 임진왜란부터 독립운동사까지의 밀양역사의 서사인 셈이다.

1막은 왜군 2만 명을 조선군 700명으로 싸운 '작원관 전투'와 의병 김유부의 승전보의 함성소리가 들린 '평전투'가 배경이다. 밀양 작원관은 밀양, 한양으로 이어지는 관문이다. 임진왜란 때 밀양으로 밀려 들어오는 왜군과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당시 밀양 부사 박진은 군사들과 관문인 작원관에서 양산을 넘어 밀양으로 진군하는 왜군을 방어하며 450여 명의 병사(조선군)는 통전(편전, 애기살)을 쏘면서 격렬하게 저항한 박진 장군의 작원관 전투다. 무대는 영남루의 누각이 흔들릴 정도로 까치 떼 소리가 들린다. 스크린의 투사된 배경은 밀양의 '작원잔도'의 밀양 옛 길가이다. 제1막 밀양 부사 박진 장군과 의병장 김유부에서는 4일간의 치열한 전투를 그려내고 바위로 왜군이 진격해 오는 길목을 차단하는 장면들이 그려진다. 이어 박진 장군과 백성들이 격돌하는 구성은 격렬하다. 안태경 총감독은 무술 퍼포먼스로 작원관 전투의 역사성을 군무로 극대화하면서도 자연공간을 역사적 서사로 입체감 있게 재구성했다. 아동산과, 밀양강, 영남루의 풍광을 음악과, 특수효과와 첨단 조명으로 전환하면서도 자연과 무대의 서사가 이탈하지 않았다. 버라이어티하면서도 드라마적인 장치를 유지해 공간, 배우들의 움직임, 무대에서 효과적인 조미료가 되는 퍼포먼스는 서사의 맥락을 유지하는 연출적인 노련함도 보여준다. 자연 무대에서의 효과적인 축제성은 융복합적인 극적 총체성이 조화되어야 한다. 연출적으로 흔들리면 드라마가 부재한 이벤트가 된다. 총감독, 연출, 구성작가는 우려되는 이 지점을 무대공간 구성으로 효과적인 극적 효과를 드러내 보인다.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 밀양강의 '별들의 노래' 역사의 기억과 현재의 환기

한 발 더 무대에 들어가 보자. 공간은 김유부의 시간으로 변주된다. 밀양강의 물줄기는 홍염 효과로 죽음과 피로 넘치며 임진왜란의 전쟁터다. 노모를 부축한 김유부와 의병들, 깃발을 흔들며 죽음으로 전쟁터로 돌진하려는 기세다. 광활한 밀양의 들판은 의병들의 횃불로 밝혀진다. 의병의 불은 횃불의 무덤으로 돌진하면서도 죽음은 아름답고 죽음 뒤로 펼쳐지는 김유부의 전투 장면은 숭고하게 묘사되어 총체적인 극성을 드러낸다. 죽음으로 넘쳐나던 밀양강의 물줄기는 전투의 승리로 파동 거리고 김유부와 노모의 듀엣 넘버와 합창곡은 역사의 시간으로 되돌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2막의 서사는 독립운동가이자 유일한 여성 의열단원 현계옥을 중심인물로 의열단의 독립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밀정'이 현계옥을 모델로해서 그린 영화다. 기생 출신으로 춤과 가야금에 능했고 승마까지 익혔다. 만주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현정건의 독립운동 자금을 관리하며 연인이었던 현계옥은 독립운동을 위해 의열단에 들어가게 된다. 김원봉으로부터 폭단제조기술과 육혈포(권총) 훈련을 받았고 만주와 상하이를 오가며 독립운동을 위한 폭탄 운반 비밀공작을 수행한 의열단이었다. 현정건은 소설가 현진건의 형이다.

현계옥, 현정건의 승마 퍼포먼스로 경성 교외의 들판을 달리는 거리묘사도 볼만하지만, 앙상블들의 군무도 화려하면서도 절제미가 돋보인다. 중국이 배경이 된 공간이동에서는 경성, 압록강, 안동, 길림 송화강, 상해, 천진과 북경 그리고 남경을 잇는 이국적인 장면들이 무대 바닥 맵핑기술과 스크린으로 변주되는 시공간 전환이 초 단위로 변화되어 2막 서사를 역동적으로 끌고 간다. 현계옥은 가야금 병창과 춤을 선보이고 김원봉을 만나는 장면에서 독립투사의 의지도 드러낸다. 2막의 절정은 현계옥이 폭탄을 운반하는 장면이다. 추격전을 벌어지고 의열단들이 폭탄을 투척하는 장면은 특수효과가 겉돌지 않는다. 현정건, 현계옥이 경찰에 쫓기며 날아오르는 플라잉 퍼포먼스와 밀양시 소년소녀 합창단의 노랫소리는 임진왜란 전란의 시대에 밀양 의병들의 저항적인 멜로디로, 아픔의 소리로 치환되어 밀양독립운동의 역사를 표상된다.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3막은 밀양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 윤세주의 이야기다. 서사는 윤세주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도 윤세주, 저항 시인 이육사, 현계옥, 현정건으로 이어지는 항일 독립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대표적인 시 청포도는 윤세주를 떠올리게 한다. 윤세주는 1919년 밀양의 3.13 만세 시위를 주도하다 김원봉과 의열단 창단에 앞장섰고 신흥무관학교에 입학해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항일 무장 군대인 조선 의용 대원으로 중국 태항산(타이항산) 전투에서 일본군의 총탄으로 전사했고 중국 땅에 잠들어 있다. 이육사의 본명은 원록으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에 연루돼 대구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르면서 수인번호 264를 따서 호를 '육사'라고 지었다.

3막 프롤로그는 밀양시민들의 함성소리로 시작된다. 윤세주와 시민들의 3.1 독립선언서로 무대는 뜨거운 함성으로 바뀌고 밀양 청년들의 독립선언으로 일본 경찰들에게 포위되는 윤세주, 일본군들의 총구로 무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실제 독립운동의 감정으로 동일화되고 분위기는 역사적 현장으로 전환되어 일본군에 쫓고 쫓기는 템포감 있는 장면을 이머시브 형태의 퍼포먼스로 활용된다. 무대 밖 추격전 뒤 무대공간은 1932년 중국 남경 '조선혁명군사학교'가 배경이다. 혁명군가 소리로 영남루의 누각은 빛이 달라지고 전투훈련과 격투 훈련을 하는 듯한 장면을 뮤지컬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배우의 뮤지컬 넘버 송(song)은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호소력을 보여주었고 전투 훈련 퍼포먼스는 연출적으로 극적인 구도로 활용하면서도 영화 장면처럼 미장센이 연출 되었다. 마지막 장면은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는 윤세주, 1943년 가을 경성에서 체포된 뒤 베이징으로 압송돼 이듬해 북경의 차디찬 감옥에서 고문으로 숨진 이육사, 그리고 현계옥과 현정건의 '별들의 노래'로 재창작된 윤세주, 이육사의 듀엣곡 '청포도'는 현계옥과 현정건의 4중창으로 확장되면서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별들의 노래'는 아프고 뜨겁다. 에필로그는 시간여행을 하고 현재로 돌아온 미리와 배우들은 '밀양강의 노래' 는 대합창의 앙상블을 드러낸다. 소리는 밀양강줄기를 타고 국보 영남루의 누각을 향해 별들의 빛으로 자국이 된다. 밀양아리랑의 피날레는 플래시몹 형태로 관객과 시민들이 밀양과 역사의 주인공으로 하나 되면서 막이 내려진다.

2024 '밀양강 오딧세이'는 구성에서도 변화를 보여주었다. 특히 사실을 근거로 시공간을 나열할 수밖에 없는 역사 서사는 실제와 허구적 상상이 극적 구성으로 맥락화가 극으로 이탈하면 무대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로 사실적인 역사성에 치중하면서도 인물의 관계. 역사적 배경, 시공간의 입체적인 이동으로 구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정도다. 역사극은 이 부분에서 드라마성의 균열이 발생한다. 역사성에 치중하면 교과서를 넘어설 수 없게 되고 판타지가 강해지면 메시지의 강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 별들의 노래'는 박진, 김유부의 임진왜란사와 독립운동사의 주요 등장인물을 등장시키면서도 사실적인 역사성의 맥락은 부각시켰다. 역사 서사에만 한정하지 않는 점, 구성을 뮤지컬적인 표현 효과로 무대를 입체적으로 유도했다. 극중인물 '미리'를 통해 현재와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구성이 진부한 설정으로 느껴질 수 있는 데도 장점이 됐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시민들과의 앙상블과 군무, 자연공간을 활용한 연출적인 효과들이 올해 밀양오딧세이 '별들의 노래'가 역사적 사실과 축제형 공연의 버라이어티함으로 전달됐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다.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올해 밀양강오딧세이 안태경 총감독은 공연, 축제, 이벤트 분야의 전문가다. 학전극장과 연우무대 설립 때 운영과 기획을 맡으며 공연계에 활동한 안 감독은 '산대(山臺)의 현대적 활용 방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사)고양 국제 어린이영화제 총감독을 지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백제문화제와 세계대백제전 총감독을 했으며 공주 고마나루 실경공연 「사마이야기」는 성공 사례가 되었다. 이 밖에도 <여수 엑스포>(2012), <궁중문화축전>(2018, 2022), <강남페스티벌>에서는 예술감독을 맡았다. 선정릉 야외뮤지컬 <성종, 왕의 노래 – 악학궤범> (2019), <성종, 왕의 노래>(2021)로 강남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밀양강 오딧세이는 <밀양강 오디세이-천년의 노래> (2022, 가을), <밀양강오딧세이-검의 노래>(2023, 봄),<밀양강오딧세이-10년을 향한 여정>(2023, 가을) 봄 <밀양강오딧세이-별들의 노래>(2024, 봄)을 연출해 오고 있다.

박민희 기획감독은 국내 굵직한 공연, 이벤트, 전시, 축제를 이끌어 오고 있다. 세계대백제전 부여 에서 수상 공연인 <사비미르>(2010), 여수세계엑스포 해상쇼< 꽃피는 바다>(2012), <서해안 유류 피해 극복 10주년 행사 기념식>(2017)과 <강남 페스티벌 >총감독(2018~2022)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특히 강남 페스티벌에서 미디어 쇼 에서는 미디어아트와 전시, 프로젝션으로 도시와 건물과 자연을 디자인하는 미디어 파사드로 도심 LED 전광판을 활용해 16개의 미디어를 동시에 연결하는 미디어 쇼를 구현할 수 있는 축제 성과를 만들었다. 특히 박정자, 손숙의 <신의 아그네스>(2007, 정동극장)는 박민희 감독의 흥행을 한 연극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밖에도 현재 ㈜플래너 코리아 대표이사로 <정신건강박람회>를 2008년부터 지속해서 개최해 오고 있다.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미니 인터뷰 박민희 (밀양강오딧세이 기획 감독)

"밀양강오딧세이는 밀양만의 어벤져스를 꿈꾸고 있다."

─ 올해 밀양강오딧세이 축제가 달라진 점은.

"매년 밀양의 위인 중 3명의 인물을 선정해 70분간 3막 구성으로 대본을 작업했다. 그러나 올해는 3명의 인물과 그를 돕는 조력자 3명을 더 선정해 두 사람과 그들을 둘러싼 상황, 감정, 상호 간 교감으로 더욱 입체적인 드라마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다. 공연 몰입도가 매우 높아졌다. 광활한 야외공간이면서 1~2만 명이 동시에 관람하는 환경이지만 숨 막힐 정도로 긴장과 이완이 느껴졌다. 배우들의 연기, 노래, 등장인물과의 일체감까지 매우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연극의 3요소인 '배우, 관객, 희곡' 3박자가 모두 빛을 발했던 공연이었다. 프로젝션, 레이저, 무대 등 무대 기술의 섬세한 연출로 밀양강 조망을 돋보이게 했고 영남루, 아동산, 밀양강 전체를 무대공간으로 확장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이 올해 '밀양강오딧세이'가 달라진 점이다."

─ 국보 승격된 영남루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는

"조선시대 3대 누각 중 하나인 영남루는 밀양 8경 중에서도 밀양 제 1경으로 불리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밀양강오딧세이는 밀양아리랑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10년 전 처음 만들어진 공연이다. 영남루, 밀양강이 공연의 공간으로 밀양아리랑을 노래와 춤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 2023년 12월 60년 만에 영남루가 다시 국보로 재승격된 만큼 밀양강오딧세이에서 영남루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 어떤 창작자들이 참여하고 있나.

"실경 공연과 역사 콘텐츠 공연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안태경 총감독과 현재 공연계에서 흥행작품이 가장 많은 창작자라 할 수 있는 오세혁 작가가 대본을, 뮤지컬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다미로가 음악을, 대학로에서 떠오르는 신인 정철이 뮤지컬 연출을 맡았다. 국가행사 이벤트 연출을 오랫동안 맡아온 허주범 감독도 쇼 연출을 맡아 뮤지컬과 스펙터클 쇼 모두 균형 있게 완성도를 높이도록 인력구성을 했다."

─ 강남 페스티벌(2018년~2022년) 등 굵직한 축제를 맡아왔다. 대표적인 축제나 공연은.

"2000년대에는 주로 연극 <신의 아그네스> (2007~2008), <마라 사드> (2009), <메카로 가는 길>(2010), <사람 꽃으로 피다.> 2012), <아내들의 외출>(2012~2016), <안녕, 버터플라이> (2013~2015) 등의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2010년 세계대백제전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축제 연구용역도 수행해 왔다. 야외 실경 공연 기획을 해왔고 대표 작품은 2010 세계대백제전 부여 수상 공연 <사비미르>, 강남 페스티벌 선정릉 야외뮤지컬 <성종, 왕의 노래> (2019, 2021), 밀양강오딧세이(2022~2024)가 있다."

─ 안태경 총감독은 축제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밀양강오딧세이 총감독으로 '인물 선정, 장면구성, 전달 메시지 설정, 볼거리 구성' 등 각종 논문 등의 문헌 연구부터 연기지도, 프로젝션 영상 디렉션까지 모든 파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휘했다."

─ '밀양강오딧세이'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나.

"내년에는 어떤 밀양의 인물이 발굴되고 소개될지 궁금해하실 것 같다. 이렇듯 밀양강오딧세이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주인공인 밀양 청년 '미리'의 활약을 통해 밀양의 인물들은 계속 발견될 것이다. 마치 마블의 '어벤져스'처럼. 밀양강오딧세이는 밀양만의 어벤져스를 꿈꾸고 있다."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밀양강오딧세이. 밀양시 제공.

김건표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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