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부세 언제, 어떻게 등장?...대구 '헨리 조지 연구회' 역할 재조명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 이정우 교수 최근 저서 발간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 등장 과정 상세히 소개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아시아포럼21 제공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아시아포럼21 제공

고가의 주택이나 토지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처음 등장했다.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이정우 경북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달 발간한 '노무현과 함께 한 1000일'이라는 책을 통해 당시 정책 결정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동산 보유세를 언급한 건 지난 2003년 5월 7일 수석회의에서였다. 당시 수도권 신도시 지정에 관한 부동산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울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모들의 우려를 경청하던 노 전 대통령이 부동산 보유세에 관해 질문하자 이정우 정책실장이 "선진국에서는 보유세가 90% 이상인데 한국은 거꾸로 거래세가 80% 이상이다. 보유세가 이론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가장 좋은 세금이다. 단 주택은 가볍게, 토지는 무겁게 과세함이 옳다. 피츠버그시나 호주가 이렇게 해서 좋은 효과를 봤다"고 답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서민들이 일할 의욕을 잃는다. 거품 경제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보유세가 답인지를 정책실에서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정책실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역자 경북대 김윤상 교수 등 부동산 전문가를 초청해 수십 차례 회의를 거쳤고 참여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10·29 대책을 내놨다. 이 교수는 "10·29 대책의 기조는 보유세의 점진적 인상,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였다"며 "보유세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 도입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반대에도 2006년에서 2005년으로 한 해 앞당기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한국 사회에 종부세의 등장은 헨리 조지의 영향이 컸다. 헨리 조지는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개혁자이며 '토지 공개념'을 전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이정우 교수는 대구에서 교수 10여명과 헨리 조지 연구회를 만들어 10년간 부동산 문제를 논의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당시 헨리 조지 연구회 소속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역임)도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래저래 나는 위대한 헨리 조지의 덕을 많이 봤다"고 설명한 이 교수는 "한국의 부동산 세금이 지나치게 거래세 중심이고 보유세 비중이 낮다는 것은 오랜 숙제"라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최초의 원칙주의적, 장기주의적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종부세 대상이 6억원이냐, 9억원이냐,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흔들렸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