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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칼럼] 트럼프와 이재명의 쌍둥이 전략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성 추문 관련 형사재판에서 34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평결을 받았다.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강 건너 불구경같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트럼프는 이 재판 외에도 ▷2020년 대선을 방해한 혐의와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한 혐의 ▷국가 기밀 문서를 빼돌린 혐의 등에 대해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모든 재판에서 트럼프가 유죄선고를 받을 경우 최소 징역 100년형이 넘는 중형을 선고받게 될 수도 있다. 국가 기밀 문서를 회수하려는 연방수사국의 행위를 저지하려던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범죄 혐의로도 기소된 것이 40건이다.

유죄평결을 받은 성 추문 관련 재판은 오는 7월 11일 형량이 선고되지만 트럼프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징역형이 선고되면 구속 수감될 수 있지만 공화당 대선후보인 데다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 집행유예나 보호관찰형 정도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나머지 재판 일정이 더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법 리스크가 트럼프 재선 가도의 발목을 잡지는 못할 것이다.

트럼프는 평결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기꺼이 맞서 싸울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고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트럼프 지지층 결집을 불러일으키는 역풍도 불고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유죄평결을 계기로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지지층 다독이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트럼프 평결'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결집 양상을 지난 총선에서 '데자뷔 현상'처럼 목도한 바 있다. 1, 2심 징역 2년형의 유죄를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장관이 조국혁신당을 창당, 24.25%의 득표율로 12석의 비례대표를 당선시키는 돌풍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조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강성 지지층들을 결집시키는 촉매제로 활용되고 있다. 당장 내일 대법원 선고가 나온다고 해도 조 대표는 개의치 않고 '감옥에 가서 독서하고 몸 만들고 나오겠다'며 태연자약하다. 이·조 대표가 기소된 혐의는 거의 대부분 공적 범죄가 아니라 개인 비리와 특혜 등 사적 범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평결 혐의 역시 자신의 성 추문 의혹을 입막음하려다가 빚어진 범죄들에 대한 것이다. 조 대표 재판에서도 자녀 입시 비리와 업무방해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개인 비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가 인정됐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백화제방(百花齊放) 격이다.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대선 당시의 거짓말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의혹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의혹 사건과도 연루돼 있다. 부인 김혜경 씨의 법카 유용 등 국고 손실 혐의도 고스란히 이 대표 몫의 사법 리스크다.

트럼프 진영의 사법 리스크 돌파 전략은 이 대표의 그것과 '일란성쌍둥이'처럼 닮았다. 대선 전에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도록 재판을 끄는 지연 전략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성 추문 재판 유죄평결 파문을 지지율 상승의 계기로 삼아 연말 대선 가도에서 승기를 잡아 승리하게 된다면, 이 대표 역시 곧 1심 판결이 날 위증교사 의혹 재판 등을 역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충성도 높은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을 홍위병처럼 앞세워 야권 유력 대선 후보 위상을 굳혀 대선 가도로 직행하려 할 것이다. 당 대표직 연임을 굳히고 당헌까지 개정, '이재명' 일극 체제를 강화하는 민주당이다.

사법 리스크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선 후보가 출마한 역사상 유례없는 대선이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치러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 나라에서 '사법 정의'는 여의도 권력 앞에서 공허한 울림으로 전락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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