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겁박

22대 국회가 여야 대치로 원(院)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국회 관례에 따라 법사위·운영위 몫을 요구한다. 원 구성 협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민주당은 법정시한과 다수결을 앞세워 단독으로 원 구성을 할 수 있다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이 법사위·운영위·과방위 등 주요 상임위를 고집하는 이유는 자당 주도 법안의 신속한 통과(법사위), 대통령실 견제(운영위), 방송 관련 정책의 장악(과방위)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발상은 국회 관례를 깡끄리 무시하고, 협상 여지를 차단한 것이다. 제1당에서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제2당은 법사위원장을 맡고,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가져가는 게 국회 원 구성의 불문율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에서도 관례를 깨고, 다수당의 힘을 내세워 국회를 완전히 장악하려고 한다. 이는 21대 국회의 판박이다. 21대 국회는 여야의 대치로 임기 시작 47일 만인 7월 16일 개원식을 했다. 당시 민주당은 첫 원 구성에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1년 2개월 지속됐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다. 여야의 첨예한 입장 차이로 원 구성 협의가 국회법이 규정한 시한(6월 7일)을 지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협의가 불발되면 전체 18개 상임위를 독식하겠다고 경고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주주의 제도는 다수결이 원칙이다. 가능하면 합의하되 소수가 몽니를 부리거나 부당하게 버틴다고 해서 거기 끌려다니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했다.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다. 이는 협상에 재를 뿌리고, '여야 합의'란 국회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국회는 여야의 견제와 균형으로 운영돼야 한다. 민주당이 상임위를 독식해 입법을 독주한다면, 민주주의의 기본은 파괴된다. 또 정치는 끝 모를 정쟁에 빠지고, 민생은 격랑에 휩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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