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늘였다 줄였다 누더기 된 '버스 노선'…승객 불편만 커졌다

비중 큰 간선버스 승객 10년 새 31.3% 감소
잦은 조정도 문제…2015년 개편 이후에도 80개 노선 추가 조정
운행대수 그대로에 노선 수만 늘면서 배차간격 길어지는 악순환

4일 대구 북구 연경지구 내 한 버스정류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4일 대구 북구 연경지구 내 한 버스정류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4일 동대구역 앞 시내버스 정류장이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외면하고 있다. 시내버스는 잦은 노선 개편과 간선 기능 약화로 이용 불편이 커졌다. 도시철도는 3호선 개통과 1호선 연장에도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 갈수록 버스와 도시철도의 연계성은 떨어졌고, 코로나19까지 덮쳤다. 이는 승객 감소라는 성적표로 되돌아왔다. 이에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대구 대중교통의 문제와 해법을 담은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600번 버스의 수난, 인기 노선에서 '동네 버스'로

대구 시내버스 600번은 지난 10년간 우여곡절을 겪은 대표적인 노선이다. 이 노선은 네 차례에 걸쳐 단축과 연장을 반복했다. 달성군 현풍과 중구 시내를 오가던 간선 기능을 사실상 잃어버리고, 동네 지선버스로 전락했다. 그 사이 승객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600번은 10년 전 현풍시외버스터미널~대곡역~두류네거리~칠성시장 구간을 운행했다. 달성군과 달서구, 서구, 중구, 북구 등 여러 생활권을 가로지르는 노선이었다. 하지만 2015년 8월 노선 개편으로 달성군·달서구만을 잇는 노선(달성2차산단~대곡역~대천공영차고지)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에 민원이 쏟아지자 그다음 달 곧바로 종점을 달서구(대천공영차고지)에서 남구(KT남대구지사)로 연장했다. 이듬해인 2016년 KT남대구지사 인근 개발 문제로 종점을 앞산공원으로 또다시 늘렸고, 올해 4월에는 종점을 9년 전 노선 개편 때와 같은 대천공영차고지로 단축했다.

잦은 조정에 600번은 완전히 몰락했다. 600번의 1대당 하루 평균 승객은 2014년 447명에서 지난해 283명으로 급감했다. 전년 대비 감소 폭을 보면 노선 개편이 이뤄진 2015년(-7.3%)과 2016년(-11.9%), 2017년(-8.3%)에 특히 컸다. 코로나19로 감소한 승객 70명(2019~2020년)보다 더 많은 124명(2014~2019년)이 노선 개편으로 줄었다.

600번은 노선 개편 이전까지 달성군‧달서구 주민들을 중구 도심까지 실어나르던 대표적인 간선이었다. 그래서 번호도 달성군‧달서구의 '6'과 중‧남구의 '0'을 달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성군·달서구만 운행하는 사실상 '666'에 그치고 있다. 간선 기능을 잃고 지선으로 전락한 것.

600번 운전기사 A씨는 "노선 개편 전에는 상인동과 같이 대규모 주택단지 주민을 도심까지 실어날랐다. 당시는 승객이 많았고 연령층도 다양했다. 지금은 달성군 국가산단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와 노인이 대부분이다"며 "노선이 너무 자주 바뀐다. 그 과정에서 운행 대수가 줄었고 배차간격이 늘었다. 크고 작은 변화에 승객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 시민들은 노선 개편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지난달 16일 달성군 논공읍 금포초교 정류장에서 만난 신수근(68) 씨는 "과거 600번은 서부정류장과 칠성시장에 갈 수 있어서 승객이 많았다. 지금은 이용 가능한 노선이 줄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할 때는 택시를 타고 도시철도 1호선 설화명곡역으로 간다. 택시비만 5천 원이 넘는다. 도시철도가 없는 곳에는 버스노선이 많아야 하는데, 기존 노선까지 단축해버려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간선의 추락이 불러온 시내버스의 위기

대구 시내버스의 위기는 간선버스의 추락에서 비롯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버스의 하루 평균 이용자는 2014년 78만4천 명에서 지난해 53만9천 명으로 10년 사이 24만5천 명(-31.3%)이 줄었다.

문제는 전체 승객 70~80%를 차지하는 간선버스다. 10년 사이 간선버스의 하루 평균 이용자는 64만8천 명에서 39만9천 명으로 24만9천 명(-38.4%)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지선버스가 7천 명(-6.6%) 감소하고, 급행버스가 1만 명(37.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큰 손실이다.

간선버스 내리막은 노선 개편 이후 본격화됐다. 대규모 노선 개편이 이뤄진 2015년 간선버스의 하루 평균 이용자는 전년보다 9.8%(6만3천 명) 감소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도 10.4%(6만 명)나 줄었다. 그렇게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까지 하루 평균 승객 16만8천 명이 사라졌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2020년 감소(14만4천 명)보다 더 많은 수치다.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으로 버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와중에도 간선버스는 부진한 모양새다. 2020~2023년 사이 간선버스는 33만5천→39만9천 명으로 19.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지선버스(30.9%)와 급행버스(35.3%)는 큰 폭으로 증가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간선노선에서 비롯된 시내버스의 위기는 도시 외곽의 신규 주거단지와 군위군 편입 등 도시의 외연 확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넓어진 교통 서비스 지역에 대해 운행구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배차간격이 길어지고, 제시간에 도착하는 정시성도 나빠지는 등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503번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서 지역에서 출발해 계명대~두류역~약령시~경북대~엑스코를 지나 동‧서변동에서 운행을 마치던 503번은 2020년 북구 연경지구가 조성되면서 종점을 연장했다. 굴곡 없이 운행하던 503번 노선은 갑작스레 구부러진 형태가 됐다. 운행거리도 64㎞에 달하는 초장대 노선이 됐다. 이는 대구와 포항 사이 직선거리 수준이다. 평균 운행시간도 139분이나 된다.

북구 서변동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송윤아(41) 씨는 "503번을 타고 경북대 근처로 출퇴근하는데 10분 넘게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연경지구 승객이 많으면 이해가 되는데 매번 보면 두세 명밖에 없다"며 "서변동이나 산격동 주민들은 대중교통이 버스밖에 없는데 배차간격이 너무 길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업계는 지금과 같은 간선노선 운용의 경우 증차 없이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남운환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지난 2015년 대규모 노선 개편 이후에도 부분적으로 노선 조정이 잦았다. 노선을 바꿀 때마다 시민 혼란이 이어졌고 승객 수가 계속 감소했다"며 "버스 대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신도심과 서대구역사 등 노선 수요가 높아지면서 배차간격이 길어지고 서비스 질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4일 동대구역 앞 시내버스 정류장이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잦은 '땜질 처방'만 반복에 커지는 이용 불편

대구 시내버스는 그동안 노선을 자주 바꿨다. 이 과정에서 운행 노선이 많아졌고, 버스 대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결국 배차간격이 길어지는 문제를 낳았다.

대구시는 2015년 8월 버스노선 17개를 신설하고, 17개를 폐지했다. 또 43개 노선을 변경했다. 전체 노선 조정률이 39.8%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개편이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노선을 도입하거나 조정했다.

시는 2015년 노선 개편 이후 올해 4월까지 모두 80개 노선을 추가로 조정했다. 이는 대구 전체 124개(군위 제외) 시내버스 노선 중 64.5%에 해당한다. 특히 이 가운데 두 차례 이상 조정된 노선이 31개나 된다. 3차례와 4차례 조정된 노선도 각각 4개, 3개다. 대대적으로 버스노선을 손봤음에도 다시 '땜질 처방'을 한 셈이다.

아울러 시는 2015년 이후 최근까지 12개 노선을 추가로 신설했다. 같은 기간 폐지된 노선은 달성8 하나뿐이다. 결국 전체 노선은 지난 10년 사이 113개에서 124개로 늘어났다.

반면 연간 운행 대수는 2014년 54만4천935대에서 지난해 54만7천719대로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정된 버스에 노선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평균 배차간격은 2014년 13.5분에서 지난해 15.2분으로 길어졌다.

시는 서대구역(KTX) 개통과 군위군 편입, 대규모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신규 주거단지 조성 등 도시 구조 변화로 인해 노선 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채운 대구시 버스운영과장은 "600번 등 일부 조정이 잦았던 것은 노선 개편이 완벽할 수는 없는 만큼 시민들의 민원을 반영한 결과다. 소외지역에 대해선 교통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부진한 노선이 있을 수 있다"며 "변화된 도시 여건을 고려해 내년에 노선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대중교통 유입을 늘리기 위해 도시철도와의 환승 체계 개선 등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내버스 전체 노선 체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유영근 영남교통정책연구원장은 "간선버스는 많은 인원을 빠르게 먼 곳으로 수송하는 게 목적이고 지선은 접근성 확보가 중요하다. 그런데 노선 단절과 우회 노선으로 인해 간선과 지선 모두 승객에게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구 시내버스는 배차간격과 차량 대수 등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 재정지원금을 생각하면 당장 버스를 늘릴 수 없기에 최대한 환승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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