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우월주의 국가'로 알려진 멕시코에서 200년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좌파 집권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우파 중심 야당연합 후보를 꺾고 압승했다. 이로써 멕시코는 최근 중남미에 불고 있는 '제2의 핑크 타이드'(온건좌파 정부 물결)에 동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되고 있다.
◆셰인바움 후보 과반 득표 당선
2일(현지시간) 대선 직후 진행된 출구조사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가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했다고 엘피난시에로와 에네마스(N+) 등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AFP통신은 여론조사 기관 엔콜(Enkoll)의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 셰인바움 후보가 약 58%의 득표율로 29%에 그친 갈베스 후보를 크게 앞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출구조사(파라메트리아)에서는 유효표 기준 셰인바움 후보가 56%를 득표해, 30%의 갈베스 후보에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셰인바움은 가부장적 '마초 문화권'이라는 평가받는 멕시코에서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이로써 멕시코에는 2018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대통령이 90년 가까이 집권한 우파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후 2030년까지 총 12년간 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마초사회 '첫여성' 기록제조기
여당인 모레나 창당 멤버인 셰인바움 후보는 출마 전까지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2018∼2023년)을 지낸 엘리트 정치인이다.
그는 리투아니아·불가리아 유대계 혈통인 과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했다. 1995년 우남 에너지공학 박사과정에 입학해 학위를 받은 첫 여성이기도 하다.
에너지 산업 및 기후 분야 전공인 셰인바움 후보는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를 장관에 임명한 건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현 대통령이다.
셰인바움 후보는 2006년까지 시 장관을 지내며 이름을 알린 데 이어 2011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모레나를 창당할 때도 함께했다. 이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18년에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되면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그는 온건한 이민 정책 추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공기업 강화 등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정부 정책을 대부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중남미 '핑크타이드' 탄력
좌파 집권당의 셰인바움 후보가 대권을 거머쥐면서 6년 전 멕시코에서 시작된 중남미 좌파 정부 연쇄 출범 기조에 다시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멕시코는 2000년대 초반 중남미를 휩쓸던 핑크 타이드 이후 '제2의 핑크 타이드'라고 불리는 최근의 '중남미 좌향좌'에 동력을 불어넣은 국가다.
핑크 타이드는 복지와 사회 불평등 해소에만 무게 중심을 두는 전형적인 좌파라기보다는 사회·경제적 진보 정책에도 신경 쓰는 중도 좌파 또는 좌파 성향 정부라는 의미가 담겼다.
중남미에선 지난 2018년 멕시코에 이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민심이 수년 새 잇따라 좌파 정권을 선택했고, 2022년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제2 핑크 타이드의 정점을 찍었다. 최근엔 과테말라에서도 좌파 정부가 출범했다.
이는 기존 온두라스,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쿠바 등의 좌파 정권과 함께 이념적으로 중남미를 뭉치게 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이들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거나 쿠바·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 제재를 성토한 게 그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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