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 국빈 방문 기간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은 가격을 낮춰 달라는 중국의 요구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중국이 가스 공급량과 단가에 대해 러시아 입장에서 무리한 수준의 요구를 한 것이 계약 불발 이유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 지급에 기반한 러시아 국내 소비가 수준에 근접한 싼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시베리아의 힘 2의 계획된 연간 수송 용량 500억㎥ 가운데 일부분만 구매하겠다고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9년 완공된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시베리아의 힘2'도 추가로 계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시베리아의 힘 2 관련 협상에서 보인 강경한 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얼마나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됐는지를 보여준다고 FT는 짚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이번 계약 불발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양국 관계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국내 시장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유럽에 비싼 가격으로 가스를 판매해왔다.
가스프롬의 유럽 수출량은 우크라이나전 이전에는 10년간 연평균 230bcm(1bcm=10억㎥) 규모였지만 지난해 22bcm까지 감소했으며,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으로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가스프롬은 지난해 25년 만에 최대 손실을 봤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중국과의 계약도 체결하지 못하면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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