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급증하는 연체,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금융권 대출 연체가 심각하다. 우선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3.4%로, 2014년 11월(3.4%) 이후 가장 높았다. 대출을 최대한 끌어안은 다중 채무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카드 대출을 받았다가 원리금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2003~2005년 카드 사태 이후 연체율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의 5대 시중은행 대출 연체는 1조3천56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37% 이상 급증했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 연체율 평균의 5배가 넘는다.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지우거나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헐값으로 넘겼는데도 이렇다.

그런 가운데 가계대출은 다시 증가세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한 달 만에 5조원가량 늘었다. 부동산 거래 증가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라지만 증가 폭은 우려스럽다. 4월에 4조4천억여원, 5월에 약 4조7천억원이다. 지난 2021년 7월 이후 최대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도 약 802조2천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1천억여원 늘었다. 한국은행이 "한계기업이 부채를 통해 연명하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회생 가능성에 기반한 신용 공급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대출은 여전히 급증세다.

이러다 보니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이 대신 갚아준 돈, 즉 대위변제액은 2배 넘게 급증했다. 13개 금융 공공기관·공기업의 지난해 대위변제액은 13조4천412억원으로 전년도(5조8천297억원)보다 130%가량 증가했다. 건강한 부채는 경제에 활력을 주지만 현 상황은 걱정스럽다.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돼 내수가 무너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수출 증가를 제외하고는 회복 징후가 없다. 연체 급증은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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