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데이트 폭력 특례법 서둘러 마련해야

지난달 6일 의대생의 데이트(교제) 살인 범죄가 발생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60대 남성이 이별을 요구한 여성과 그 딸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데이트 폭력이 해마다 늘고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연령대도 20대부터 60대까지 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에 대해 반의사불벌 원칙을 없애고, 가정폭력처럼 긴급 응급조치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특례법 제정이 시급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피의자는 2020년 8천951명, 2021년 1만554건, 2022년 1만2천841건, 2023년 1만3천939건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4월 데이트 폭력 검거 인원은 4천395명으로, 이 중 1.87%(82명)만 구속됐다. 유형별로는 폭행·상해가 3천6명, 감금·협박 404명, 성폭력 146명, 기타 경범죄 등이 839명이다. 2022년 9월 기준 데이트 폭력 피의자 연령은 20대(36.8%)가 가장 높지만, 30대(25.6%), 40대(17.9%), 50대(12.2%), 60대(4.1%) 등으로 젊은 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데이트 폭력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폭력에 의한 피해를 드러내기 쉽지 않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일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폭력 행위를 신고한 뒤라도 친밀한 관계를 이용한 설득이나 보복 가능성 등으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다는 맹점도 있다. 상습적인 데이트 폭력은 스토킹과 폭행, 살인 등 더 심각한 범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초기 데이트 폭력은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달리 접근 금지나 분리 등 강제적인 응급조치의 근거가 마땅찮다. 여기에다 인터넷 등을 통해 가해자, 피해자를 가리지 않는 선정적인 신상 공개가 만연하면서 심각한 2차 가해의 폐해까지 낳고 있다. 이런 면에서 데이트 폭력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와 대처 방안 등을 담은 데이트 폭력 특례법 제정이 시급하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적 사고와 여성 차별적 인식의 전환이 동반돼야 한다. 데이트 폭력은 단순한 '사랑 다툼'을 넘어선 심각한 범죄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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