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들고 일어난 개미들 "증세하려다 거래량 급감하면 주가 폭락"

개인 주식투자자 단체, 금투세 폐지를 촉구 단체 행동 본격화
"세금 부담에 큰손 빠져나가면 주가 하락, 소액투자자도 타격"
증권거래세 '이중과세', 기관·외국인 제외로 '독박과세' 지적도
전문가 "급격한 변화 지양… 제도 보완으로 시장 충격 줄여야"

대구와 부산, 경남 창원·양산 등에서 모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 400여명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민주당 측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한투연 제공
대구와 부산, 경남 창원·양산 등에서 모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 400여명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민주당 측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한투연 제공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가 불확실해지면서 개인투자자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예정대로면 금투세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대주주가 아닌 개인투자자도 과세 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주식투자자들은 금투세 과세를 강행할 경우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위축되고, 소액투자자까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 들고 일어난 개미들 "타격 불가피"

개인 주식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최근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단체 행동을 본격화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대구와 부산, 경남 창원·양산 등지에서 모인 회원 400여명이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민주당 측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오는 8월까지 금투세 폐지 결정을 받아내는 게 한투연 목표다.

주식 투자로 5천만원 넘는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은데도 반발이 나오는 이유는 소액투자자도 간접 영향권 안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투자자 단체는 세금 부담이 커지면 투자금이 국내증시에서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은 미국 등의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큰 손'으로 불리는 자산가가 빠져나가면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소액투자자도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금투세를 도입하는 건 완벽한 시기상조다.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로는 11대 경제대국에 속하지만, 주식시장 환경은 후진국 수준"이라며 "금투세로 증세하려다 거래량이 급감하면 주가가 폭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건 물론 기업들도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주요국 증시가 상승세를 탔는데 우리나라만 소외돼 상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코스피 지수가 3천500 수준으로 오르지 못하고 2천대 중반에서 오르내리고 있는데, 금투세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금투세라는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상승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금투세 과세 대상자가 전체 투자자의 1% 정도라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그 1%가 큰 손이다. 큰 손들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 나머지 투자자 99%도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면서 "금투세를 폐지하고, 우리나라가 완전히 선진국으로 진입한 다음에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말정산 혜택 축소·건보료 상승

금투세를 도입하면 과세 범위가 넓어지면서 연말정산 공제 혜택이 줄어들고, 건강보험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점도 반발을 사는 이유다. 연말정산 인적공제는 근로자 본인과 부모‧자녀 등 부양가족에 대해 1명당 150만원까지 가능한데, 부양가족으로 이름을 올리려면 연 소득이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건강보험료 소득 산정 결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급여 외 소득'이 연 2천만원을 초과하는 직장가입자는 초과분에 대한 '소득월액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급여 외 소득은 비과세 소득을 제외하고 산정된다.

직접적인 과세 대상이 아닌 소액투자자 사이에서는 온도 차도 감지된다. 주식투자자인 직장인 이모(43‧대구 달서구 진천동) 씨는 "주식으로 5천만원 이상 수익을 내려면 수익률이 연 10%라 하더라도 원금을 최소한 5억원 묻어놔야 한다는 말인데, 평범하게 직장 다니면서 주식하는 사람에게 이 정도 투자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 "제도 보완해 시장 충격 줄여야"

금투세를 시행하더라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금투세 도입 방안에서 미비점으로 꼽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금투세를 신설해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지 않는 점을 두고 '이중 과세' 지적이 제기된다.

과세당국은 증권거래세법을 근거로 주식을 양도할 때 증권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양도가액에 세율을 곱해 계산한다. 올해 기준 증권거래세율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0.03% ▷코스닥 0.18% ▷코넥스 0.10% 등이다. 코스피엔 농어촌특별세 0.15%가 별도 적용돼 실제 세율은 코스닥과 같다.

정부는 금투세를 신설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코스피·코스닥 세율은 2022년 0.23%에서 지난해 0.20%, 올해 0.18%로 내린 데 이어 내년 0.15%까지 내려간다. 코넥스에 대해서는 0.10%를 유지한다. 정부는 이미 이 같은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한 만큼 금투세를 폐지하더라도 증권거래세를 예정대로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금투세를 신설해도 증권거래세 부과를 지속하는 셈인데, 이 경우 금투세를 내지 않으면서 증권거래세 인하 효과만 누리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금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점도 논란거리다. 기관 투자자는 법인세, 외국인 투자자는 본국에 세금을 낸다는 이유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이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과세 독박'을 쓰게 생겼다는 항의를 사는 대목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보완 과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달서구에서 세무법인을 운영하는 한 세무사는 "장기적으로 보면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으나 처음에는 기준 금액을 조정해 과세 대상을 최소화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제도를 보완해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단기 투자자에게 과세하고 일정 기간 이상 장기 투자에 대해서는 비과세하는 등의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세법을 급격하게 바꾸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매겨야 하는 건 맞지만 급격한 변화는 삼갈 필요가 있다"면서 "정책적으로 과세가 필요하더라도 우리 주식시장에서 자본이 빠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국가 전체적으로 어느 방향이 유리한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와 부산, 경남 창원·양산 등에서 모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 400여명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민주당 측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한투연 제공
대구와 부산, 경남 창원·양산 등에서 모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 400여명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민주당 측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한투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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