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에 유념할 일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대구경북 행정통합 의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몇 해 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추진했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를 잇는 일이다. 그 공론 과정은 코로나19 때문에 마지막 단계로 계획했던 시도민 대표 합숙 토론까지 진입하지 못하고 서둘러 마무리했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당위성, 미래상, 실천 전략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이제 그것을 재개한다니 반갑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역 혁신의 초석이다. 우리는 그것이 가져올 두 가지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구경북이 행정통합을 하게 되면 우리 지역의 가용 자원이 커지고, 재량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우리의 지역 혁신 역량을 배가시키리라는 기대다. 광역 행정 단위를 넘어서는 초광역 비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기존 광역 행정 단위를 넘어서는 협력이 이미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의 당위성을 웅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구경북이 추진하려고 하는 초광역 '행정통합'은 가장 높은 수준의 강령이다. 이것을 이루려면 몇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첫째는 지역 내부의 사회적 합의다. 행정통합은 지역 시도민들 각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그리고 각자에 미치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일이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에게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잘 설명하는 것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통합에 이르는 절차법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도민의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가 여론조사 수준이면 충분할지, 아니면 시도민 공론화가 필요할지, 아니면 주민투표를 해야 할 것인지는 정해진 게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뭐가 필요하든 행정통합에 대한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숙의'는 빠트릴 수 없는 절차일 것이다.

둘째는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합의다. 현재 광역자치단체가 '메가시티'를 만들 수 있는 법 절차는 있으나 대구경북이 하려는 '행정통합'은 근거 법률이 없다. 이와 관련한 법률을 만들려고 하면 국회에서 큰 정치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구상을 보면,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국가 시스템 전체를 재구조화하는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과업이다. 큰 정치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현재 상황을 점검해 보자. 지역 내부의 사회적 합의 수준은, 지난번 공론화 마무리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한 언론이 발표한 시도민 여론조사를 보니 '반대'와 '모르겠다'의 분포에 변화가 있어서 '반대'가 조금 줄고 '모르겠다'가 그만큼 늘어난 것 같은데 '찬성' 비율은 그대로다.

'찬성'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커져야 일에 정당성과 추진력이 생기리라 판단한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면 '찬성' 비율도 비율이지만 강도 높은 '반대'가 수그러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행정통합으로 생기는 문제 해결 방안이 실현 가능해 보여야 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신뢰의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특히 신뢰 구축이 사회적 합의 형성에 중요하다.

정치적 합의 형성에는 홍준표, 이철우 두 지도자가 속해 있는 국민의힘 내부의 지지가 우선 중요하다. 지난번 추진했던 공론화 막바지에 뒷심이 부진했던 배경에는 국민의힘 내부의 지지가 확고하지 않았다는 요인도 있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그런 변수를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도와주기로 했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열쇠는 국회가 가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이 일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관문도 있다. 현재 의석 분포는 국민의힘만으로 이 일을 매듭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단순히 대구경북의 행정 경계선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 시스템을 재구조화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정치력을 만드는 것이 일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라고 하겠다.

사회적 합의든 정치적 합의든 이 일은 합의와 협치가 성공의 열쇠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차근차근 지혜롭게 추진해야 한다. 정치적 허영이나 공명이 앞서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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