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시지 전사' 없는 국힘, 여론전서 판판이 깨져

대표적 스피커 총선 줄줄이 패배
수도권 참패로 노련한 논객 줄고 다수 차지 텃밭 금배지들 소극적
당 메시지 확산 역량 크게 떨어져

김병민 국민의힘 의원.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김병민 국민의힘 의원.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원내의석 108석의 여당을 이끌고 있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달성)는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님들의 일치단결은 기본이고 일당백의 역량과시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개헌저지선'을 겨우 지키고 있는 집권당으로선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민과의 왕성한 소통을 통해 민심을 등에 업어야만 최소한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당 국회의원 개개인의 '입심'은 야당 의원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개인인터넷방송 영역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리고 있다.

정국 현안을 두고 벌이는 여야의 치열한 여론전에서 여당이 판판히 깨지면서 보수지지층을 결집할 '전사(戰士) 부재' 우려가 쏟아진다.

여권 내부에선 ▷잇따른 수도권 총선 참패(개인역량 부족) ▷'텃밭'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 ▷원외 정치인들의 견제 ▷당의 보상시스템 부재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먼저 보수정당이 수도권 참패를 거듭하면서 각종 매체에 내놓을 '노련한 논객'이 부족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수도권 국회의원의 경우 각종 방송출연과 온라인 공간에서의 발언과 활동이 지역구 활동으로 간주된다. 불가피하게 각종 모임과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지역의 국회의원과 달리 수도권의 경우 국회의원의 언론 노출이 곧 지역구 활동인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초선 때부터 이러한 환경에서 소통능력을 연마한 당의 대표적인 스피커들이 최근 잇따른 수도권 총선 패배로 역량을 펼칠 무대를 갖지 못하면서 당의 메시지 확산역량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국현안의 맥을 제대로 짚어내는 안목과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입담, 그리고 순발력·재치·유머감각까지 요구하고 있는 최근 방송가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여당 국회의원은 많지 않다.

여당의 한 중진은 "이 같은 공백을 비례대표 의원들이 메워줘야 하는데 애초 비례대표 순번을 정할 때 이러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여당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텃밭'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당의 홍보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90명 가운데 65.6%(59명)가 텃밭인 영남 출신인데 이들이 '여론전' 참전을 주저하면서 당의 메시지 홍보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당 사무처의 한 당직자는 "텃밭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를 이유로 당의 방송출연 요청을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 한정된 인원이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메시지 전파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텃밭 의원들이 핵심지지층(고령)에 소구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터넷을 활용한 의정홍보 활동에 크게 역량을 할애하지 않으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야당에 이슈를 선점당하고 있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총선에서 낙선한 원외 여권 인사들이 각종 매체 출연을 지렛대로 인지도를 유지하면서 현역 의원들을 견제하는 상황도 여당에 부담이다. 원외인사들의 경우 당의 노선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상품성 유지를 위해 당과 엇박자가 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역 의원들이 당의 각종 메시지를 전파하느라 시간과 역량을 할애한 데 대한 적당한 보상체계가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역구 관리를 뒤로 하고 당의 위해 헌신했지만 공천국면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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