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민생 현안을 조기에 해결하고 저출생·고령화 등 국가적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지만, 당 정상화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특히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집권여당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정책 개발, 여론조사 등으로 각종 선거 승리의 밑바탕이 돼야 하지만, 전략·전술 부재에다 이슈 대응에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 소속 의원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국민과 적극 소통하며 거대 야권과 맞서야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 대한 당내 평가 기준도 없는 등 소극적 의정활동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거 치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론조사 못 봤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조 돌리면 후보한테 다 갖다 주는데 우리는 '제발 여론조사 좀 보여주세요' 해도 씹는다."
지난 4·10 총선 서울 광진구갑 선거구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이 같이 호소했다. 그의 호소는 참패의 성적표를 받은 국민의힘 후보들이 민주당과 비교해 얼마나 열악한 현실에서 선거를 치렀는지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오랜 전통을 지닌 보수정당이 보유하고 있는 정책연구소가 정작 가장 큰 역할을 발휘해야 할 총선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정영환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당 총선백서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여의도연구원 기능 강화를 중대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당의 공천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여연의 지원이 부족했음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여연이 좀 더 세밀하게 후보들에게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후보들은 '깜깜이'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연구원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연구원 노동조합은 지난 4월 말 입장문을 통해 연구지원 행정부서 인원이 정책 부서보다 많다거나 연구진 중 경제 전공자가 한 명도 없다는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여의도연구원 내 오랜기간 누적된 구조적 모순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호소했다.
서울 도봉구갑 김재섭 의원도 지난 4월 당선인 시절 "선거 기간 여의도연구원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언론기관의 여론조사나 전문가 평가 말고 여연으로부터 받은 구체적 자료는 하나도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여의도연구원을 향한 비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진다. 민주연구원 측에 따르면 연구원은 총선 기간 여론조사와 정책개발 역할을 구분한 뒤 여론조사의 경우 보고서를 만들어 당에 전달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정기 여론조사를 해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고 이번 총선 결과도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하면 대부분 맞게 나왔다는 게 연구원 측 분석이다.
민주당 측 한 인사는 "여연은 인사 교체가 잦아 오랜 기간 여론조사나 정책을 책임지고 선거를 경험한 인재가 없다 보니 소수로 뭘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여연은 김종인 비대위 시절 그나마 존재감이 있었고 이후 갈수록 역할이 미미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총선 기간 나서서 뭘 주도한 뒤 패배하면 책임 전가를 당할 수도 있는데 누가 총대를 메겠는가"라며 "총선 백서도 민주당은 민주연구원 중심으로 작성하는데 여연은 이것도 주도를 못한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라고 꼬집었다.
여의도연구원의 존재감 상실은 총선 이후 국면에서 정책을 주도하는 측면에서도 민주당에 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만원 민생지원금,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굵직한 정책을 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면에는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며 정기적으로 연구보고서를 내놓는 민주연구원의 뒷받침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해외 직구 규제 번복 등 정책 엇박자를 내며 집권여당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여의도연구원 기능이 정말 문제다. 여연은 여론조사뿐 아니라 선거 캠페인, 정책 등 당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전략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게 전혀 안 되고 있다.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병)은 "우리 당이 강점을 갖고 있는 게 여연이었다. 인재풀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고 전략도 짜고, 여론조사 기능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연이 제대로 자리할 때 보수정당이 민심을 담는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을 끌어갈 사람을 만든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완전히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여연이 당의 싱크탱크로서, 정책의 풀로서, 인재의 풀로서 빨리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당면 현안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원을 빨리 정상화해야 다가오는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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