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속으로] "극히 드문 사례"…신생아 불법입양·사체유기한 동거커플 사건의 전말

여아 불법 입양되고 10일만 사망…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혐의
"미혼모 도와드려요" 오픈 채팅방 만들어 범행 대상 물색
개·고양이 16마리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양육 시도, 병원도 안 데려가
아동 소재 파악 안되자 구청서 경찰에 수사의뢰, 1년만에 붙잡혀

대구동부경찰서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동부경찰서 전경. 매일신문 DB

지난해 1월 카카오톡에 '미혼모를 도와준다'는 수상쩍은 오픈채팅방이 개설됐다. 생활고 등 각종 이유로 아이 양육이 힘든 미혼모가 범죄 타겟이 됐다. 오픈채팅 개설자는 개인입양기관을 운영하는 것처럼 미혼모를 속여 '불법 입양'을 시도했다. 동거커플인 20대 남성 A씨, 30대 여성 B씨가 꾸민 짓이었다.

때마침 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30대 초반 미혼모 C씨는 혼자 아이를 키워낼 의지가 없어 입양처를 수소문하고 있었다. 출산을 한 달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C씨는 결국 여아를 출산 한 직후인 지난해 2월 24일에 A, B씨에게 아이를 넘겼다.

자신이 낳은 여아를 타인에게 넘긴 미혼모와 불법 입양 사실이 발각될까봐 신생아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동부경찰서는 여아를 불법입양한 20대 남성 A씨, 30대 여성 B씨를 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에게 아이를 넘긴 C씨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상, 유기 방임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 B씨는 거주지인 경기도 동두천시 자택에서 여아가 사망하자 시신을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친척 집 인근 밭에다 암매장한 혐의도 받는다.

아이를 넘긴 친모 C씨에게 모성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입양이 잘 됐는 지, 아이가 잘 있는 지 확인하고자 중간 중간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아이를 넘긴 후 두 달 뒤쯤부터 연락이 끊겼다. 아이는 동거커플의 손에 넘겨진 뒤 약 열흘 만에 사망한 걸로 알려졌다.

A,B씨는 그저 "아이를 좋아한다, 미혼모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아이는 친모의 품을 떠난 직후부터 열악한 환경에 처했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는 강아지,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일어날 수도 있기에 실내 청결에 유독 신경을 써야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청결에 신경을 쓰지 않아 주거 환경이 불량했다. 아이를 데려올 당시 이들은 85㎡ 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고양이 14마리, 개 2마리도 같이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마땅한 직업도 없이 일용직을 전전하는 등 경제적 상황도 나빴다고 한다.

신생아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야하는데 B씨는 친모가 아닌 것이 탄로날까봐 숨질 때까지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아이는예방 접종조차 한 번도 못 받은 상태였다.

이들의 범행은 대구 동구청이 지난 1월 31일 출생 신고된 여아의 '정기예방접종' 기록이 확인되지 않자 대구동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하면서 드러났다.

동구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순 쯤 C씨가 주거하는 동 복지센터 관계자가 '필수예방접종 미실시'사례가 발생했다는 보건복지부 통지를 받고 C씨의 자택에 직접 방문하려 했다. 보건복지부는 'e아동행복지원사업'을 통해 분기별로 예방접종·영유아건강검진 미실시, 단전, 장기결석 등 위기징후 아동을 조사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C씨가 가정방문 일정 조율에 비협조적이라서 1월 31일에 구청관계자와 같이 방문했고 그날 아동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며 "이번 사례는 극히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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