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동구문화재단이 아양아트센터 관장 재공모에 나서며, 지역 문화계가 다시 술렁이는 분위기다.
앞서 동구문화재단은 지난 2월 임용 공고 후 서류와 필기, 면접 시험을 거쳤다. 하지만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기로 예정한 날보다 10일가량 늦춰지다, 결국 '적격자 없음'으로 마무리된 바 있다.
주목할 부분은 당시 관장 공개 모집에 15명이 몰렸다는 점이다. 꽤 많은 인원이 지원했음에도 적임자를 찾지 못한 데 대해 누군가는 새롭게 도입한 인성 및 직무 능력 검사를 탓했고, 누군가는 보은 인사를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말은 따로 있었다. 이것이 현재 대구 지역 문화계 인력풀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라는 것. 관장 응시 자격을 대구 거주자로 한정했으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지역 문화계 인력풀의 한계는 사실 (생각보다도 더욱) 오래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고, 공감하면서도 개선되지 않은 문제로 꼽혀 왔다. 대구 문화기관·단체 수장직 채용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꼬리표처럼 붙는 단어가 바로 '회전문 인사'였고, 그 원인으로 항상 인력풀의 한계가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우습게도 바로 윗 문단의 내용은 4년 전 대구의 한 문화기관장 선임 과정을 지켜본 기자가 쓴 기사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특히 대구 문화기관장의 회전문 인사는 대구 문화계의 가장 큰 폐해로 꼽힌다. 대구 문화계의 한정적인 인력풀에서 돌려막기식 인사가 반복되다 보니 인사 철마다 물밑 암투와 불필요한 잡음 등 진흙탕 싸움이 반복되고 있다."
4년 전뿐이랴. 2017년 대구 한 일간지 칼럼에서는 "대구지역 문화예술기관의 대표 자리는 20년간 몇몇 인사들이 돌아가며 차지하는, 이른바 '문화 마피아의 회전문'이라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고 뼈를 때린다.
이 한계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해마다 기사에서 지적되는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앞에서 말했듯, 모두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력이 아닌 정치력을 우선하는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는 빛나는 진주도 썩을 판이다.
특히 대구 문화예술계는 올해 주요 기관장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10월이 되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원장을 비롯해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과 문화예술본부장, 박물관운영본부장, 관광본부장 등 7개 간부급 자리의 임기가 만료된다.
또한 현재 공석인 수성문화재단 대표이사직에 이어 달성문화재단, 달서문화재단 대표이사도 각각 8월, 11월에 임기가 끝난다.
이제는 정말 기사에서 '그 단어'를 볼 수 없길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가 역량을 키울 기회를 줘야 한다. 사람을 보는 기준을 누구와 친하더라,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더라가 아닌 어떤 경험을 쌓아 왔는지,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곧 대구 문화계의 수준을 높이고 위상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시 아양아트센터 관장 재공모로 돌아가보자. 3개월여간 공석이었던 관장직을 과연 누가 꿰찰지에 대해 한동안 많은 말들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는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끝날까,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니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로 끝나게 될까. 과연 이번에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대구 문화계 인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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