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어떤 조짐

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남미 아마존에서 서식하다 북미로 올라와 6월 중순 알을 낳는 개똥지빠귀는 허리케인 예보관으로 불린다고 한다. 50g도 안 되는 작은 체구지만 생존과 관련한 비상한 감지력을 갖고 있어서다. 이변이 없다면 2주일 만에 알에서 새끼가 깨어나고 어미는 새끼를 충분히 돌본 뒤 7월에 아마존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새끼를 기르다 말고 6월에 아마존으로 가 버리기도 한다. 7월의 허리케인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경우다.

허리케인에 휩쓸려 몰살당하기보다 위험을 피해 일찍 아마존으로 돌아가 다음 번식기를 기다리는 편이 현명할 수 있다. 개똥지빠귀로서는 자신의 현세와 후대의 생을 건 본능적 감각이 요구된다. 그래서인지 인간이 40년 동안 연구한 기압 진동 예측 방식보다 정확하다는 주장이 있다.

6·25전쟁 발발 전 미 육군성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능력은 없을 것으로 봤다. 대규모 남침은 없고 소규모 게릴라전과 소요 사태가 있을 뿐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인민군이 한국군에 승리를 장담할 만큼 우위에 있지는 않기에 남침은 개연성이 희박하다는 단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또 한국의 위기는 북한의 침략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요인에서 빚어질 것이라 단언했다.

CIA의 판단은 달랐다. 1950년 3월 "인민군은 6월에 남침할 것"이라 보고했다. 그러나 무시됐다. 육군성이 본국에 보고한 기밀문서에는 "소규모의 미군을 한국에 계속 유지하는 것은 한국의 안정에 아주 경미한 심리적 효과만 줄 뿐 철수해도 무방할 것"이라는 판단이 담겼다. 미국이 남침을 방조했다는 억측이 나왔던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6월이다. 자유가 거저 주어진 게 아님을, 자유에 필요한 게 뭔지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때다. 6·25 남침의 역사적 경험은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 안타깝게도 근래 우리 군(軍)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일부의 문제가 확대 재생산된 측면이 있다.

그 사이 북한의 도발 방식은 다양해졌다. 서해 GPS 전파 교란,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이어 심리 전략에 포함되는 '오물 풍선' 공습도 있었다. 분명한 신호를 통상적인 것이라 허투루 넘기기엔 뒤따를 희생이 크다.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지, 상대는 우리의 어떤 약점을 노리는지 알아챌 본능적 감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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