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가 인구 소멸과 국가적 재앙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보다 1만9천200명이 줄었다.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 2020년 28만2천300명으로 30만 명대 아래로 내려온 뒤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상북도가 지난 2월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마다 저출생 극복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는 지자체 차원을 넘어 범국가적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부총리급 장관을 둔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최근 22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22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으로 확정했다. 저출생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주무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인식과 대응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반길 일이다. 다만, 재앙 수준인 저출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갖춘 부처로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주거, 출산, 양육, 교육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조직력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단, 기존 부처를 그대로 놔둔 채 공무원 수와 예산만 늘리는 방식은 곤란하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중앙 부처 통폐합을 포함해 효율성을 고려한 방향으로의 부처 신설이 돼야 옥상옥 또는 비효율을 막을 수 있다.
여소 야대 상황에서 이 같은 부처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마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정부조직법 논의부터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법 개정의 첫 단추를 끼울 환경은 조성된 셈이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도 저출생 문제 극복에서만큼은 정쟁에서 벗어나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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