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수정 "믿음직한 아빠? 밀양 성폭행 가해자, 극도의 이기적 언사"

"성범죄자 대부분 피해자 탓…가해 부모 태도, 20년 지나 사적 보복 불러"
"제대로 구제 못해준 형사 피해자에…사적 구조 기금 만들어 구제해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년 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동자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애틋한 부성애 글을 두고 "여성 미성년자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인이 몸소 알고 있기 때문에 방어 심리로 나온 극도의 이기적인 언사"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5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당시 사건을) 기억을 하기 때문에 더더욱 '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된 A씨는 1986년생으로, 현재 결혼해 돈 걱정 없이 딸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네 인생에 걸림돌 다 없애주고 가장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겠다", "평생 옆에서 아빠가 벌어주는 돈이나 쓰면서 살아라. 운동하고 관리 받으면서 아빠 등골 빼먹어라. 그것밖에 바라는 게 없다" 등의 글을 올리며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이날 "대부분의 성범죄자들은 가해 행위가 피해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당시에도 이 지역에서 '울산에서 온 얘가 이상하다' 피해자 책임론 같은 게 만연했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얘도 했고, 쟤도 했고, 그랬는데. 내가 한 게 유달리 특별하냐' 이런 식으로 책임이 분산되고 공동화됐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밀양 사건 가해자 중 한명이 쓴 2005년 소년보호시설 퇴소 후 글을 보면 되레 피해자를 향한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 글에는 "밀양 사건의 진실은 저희 44명만 알고 아무도 모른다. 그 피해자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평범하기만 한 그런 여학생 아니다. 오히려 저희만 크게 다 뒤집어썼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말은 없었다.

특히 그는 "당시 제일 큰 문제는 피해자를 비난했던 가해자 부모들의 태도"라며 "아이들이니까 아무래도 부모의 생각을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주범이나 그 옆에 있었던 자들의 신상 정보가 퍼져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결국 20년이 지나 자신의 아이들을 사적 보복을 당하는 대상자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이 교수는 과거 형사 피해자를 구제할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그 당시에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후유증을 유발한다"며 "제대로 구제를 못해준 피해자가 현존한다면 형사 피해자들에게 제3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펀드 등 사적 구조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 기부를 해 뒤늦게라도 용서를 받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선 남학생 44명이 1년간 여중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피해 상황을 촬영해 '신고하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일부를 기소했고, 나머지는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풀어줬다. 기소된 10명도 이듬해 소년부로 송치됐으나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는 데 그쳤다.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이들은 한 명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았다.

합의로 공소권 상실 처리를 받은 학생은 14명이었다. 당시 피해자 아버지는 가해자들에게 받은 합의금 5000만원을 친척들과 나눠 가졌지만, 정작 피해자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피해자는 끝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당시 충격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굴곡진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해졌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