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문화된 9·19 합의 파기, 우리 정부 탓하는 민주당

사문화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가 우리 정부 탓이라 몰아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인식이 놀랍다. 파기의 원인 제공자는 군사정찰위성 발사, 탄도미사일 도발, GPS 교란 등을 자행해 온 북한 정권이다. '오물 풍선'을 빌미로 우리 정부가 합의를 파기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원내 1당이 맞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9·19 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군사 분야 부속 합의로 낸 것이었다.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훈련 중지 등 대부분 북한 요구를 받아들였다. 오죽하면 '방북 선물'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나. '합의'로 남한은 안보를 북한의 선의에 기대야 하게 됐다는 경보음이 울렸지만 핑크빛 평화 무드에 젖은 문재인 정부는 귓등으로 흘렸다.

9·19 합의가 형해화되는 걸 지켜본 것도 문 정부였다. 북한은 2019년부터 해안포 사격, GP 총격 등을 가했다. 2022년에는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 비행금지구역까지 침범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의 합의 위반 횟수는 3천600차례다. 기어코 북한은 지난해 11월 있으나 마나인 9·19 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우리 정부의 합의 파기를 힐난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긴장감을 높여 정권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는 나쁜 대책"이라고 했다. 어느 정부가 자국민을 볼모로 위기 타파를 모색한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휴지 조각이 된 합의에 집착해 문재인 정권 때가 평화의 시기였다 자평하는 것이 괴상망측하다. 주변 상황은 위기인데 자신만 머리를 박고 모른 척하는 타조의 현실 부정과 닮았다.

북한이 '오물 풍선'으로 국론 분열을 유도하려 했다면 제대로 통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 위기에 힘을 합쳐야 마땅하지만 민주당의 손가락질은 우리 정부를 향한다. 지금껏 북한과 긴밀한 대화를 강조했던 기조대로라면 평화 정착을 위한 북한의 태도 변화부터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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