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워라밸'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하는 시간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과거의 근로 형태를 벗어나 근로와 일상을 분리하되 균형을 갖추자는 뜻이다. 일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와 가정에도 충분한 시간을 쓰자는 취지의 말이다.
낯설어야 할 신조어가 묘하게 친숙하다고 느껴진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유교 경전에서 접하는 용어로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려 천하를 평한다는 뜻이다. 일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가치도 지킨다는 면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워라밸이 근로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기업인들도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 제한된 근무시간 내 적절한 근무 강도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도 기업의 역할이다. 다만, 이런 상황 속에서 근로자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추진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교육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근무시간 초과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교육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일 자체가 큰 부담이다.
'일학습병행' 제도는 기업의 부담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스승이 제자에게 기술을 직접 전수하는 '도제형' 교육이 활발한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의 교육을 국내 산업 환경에 맞게 설계한 교육훈련 제도이다. 현장을 근무지이자 학교로 삼고, 선임 근로자가 선생님으로 후임 근로자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따로 시간을 들이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의 경우 교육을 위한 시간 조정을 하는 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도제형 교육이라면 사실상 기업에서도 이미 사수·부사수가 있고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고 있는데, 일학습병행이라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큰 차이가 있는지 의문도 있다.
일학습병행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활용한다는 면에서 차별화된다.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을 체계화한 내용을 업무 교육에 적용하는 것이다. 가령 NCS에 분류된 내용을 활용해 생산현장에서는 '품질경영', IT 기업에서는 'SW(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과정에서 일학습병행을 통해 직무교육을 수행할 수 있다.
일학습병행 참여 기업들은 다양한 교육자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훈련 종료 후에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국가공인 NCS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개개인의 자기 계발에도 도움을 준다. 참여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일학습병행을 시행하면 근로자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근로자들의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중 자기 자신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한다는 '수신제가'를 달성하는 것이다.
최근 워라밸을 보장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을 기업들에 직무교육의 시간을 압축할 수 있는 일학습병행은 '워라밸'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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