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고령사회] 기초단체들 "노령연금 주고 나면 복지 사업 못해"

올해 기초노령연금 33만4천810원…전년 대비 3.6% 올라
노인은 늘고 수입은 줄고…초고령사회 속 지자체 부담↑
“자체 사업 못할 수준” 지자체별 복지공백 우려도
전문가 “정부 부담 늘리거나 지급 대상 줄여야” 조언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에 노인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정운 기자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에 노인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정운 기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구의 각 지자체들이 기초노령연금을 비롯한 노인복지분야 예산 부담 증가에 시달리고 있다. 자체 복지사업을 운영하지 못할 만큼 고정 지출이 불어나면서, 중앙 정부의 예산 분담률을 높이거나 지급 대상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대구시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올해 기초노령연금은 단독가구 기준 33만4천81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6%인상됐다. 소득 하위 70%의 65세 이상 고령자가 지급 대상이다. 2017년 34만7천459명이던 대구시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2022년 43만5천698명으로 25.4% 급증했다.

수령자와 액수가 꾸준히 늘다보니 정부와 지자체의 지급 부담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예산은 관련 시행령에 명시된 비율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나눠 부담한다.

중앙정부와 시, 구군의 분담 비율은 각 지차체의 재정자주도와 노인 인구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올해 기준 대구는 중구, 동구, 서구, 남구, 군위군이 '중앙정부 90%, 대구시 6%, 구·군 4%' 분담비율을 따르고, 나머지 4개 구·군은 '중앙정부 80%‧대구시 12%‧각 구군 8%' 비율로 분담한다. 대구시에 대구시가 올해 대구지역 기초노령연금 지급을 위해 준비한 예산은 각각 1천148억원에 이른다.

재정자주도가 낮고 노인 비율이 높은 지자체일수록 고민이 깊다. 물론 그에 따라 정부 지원 규모도 커지지만, 절대적인 비용이 늘어나는 게 장기적으로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남구와 서구다. 노인인구 비중이 각각 26.8%, 26.7%인 이들 지자체는 군위군을 제외하면, 대구에서 가장 노인 비율이 높다. 공교롭게도 이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0.6%, 13.9%로 대구시내 7개 구청중 최하위였다.

서구청 관계자는 "이미 노인복지 관련 예산 절반 이상이 기초노령연금 지급에 쓰이는 상황"이라며 "기초노령연금 분담금을 내면 자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정도다. 복지시설 수리 등 예기치 못한 지출을 감당하기도 빠듯하다"고 했다. 남구청 관계자 역시 "당장 추진해야할 사업은 많고, 중앙정부의 공모 사업 선정을 통해 예산을 우회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기초노령연금 지급 체계가 지속불가능하다며 구조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경고한다. 정부의 분담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나 수령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 중 적어도 하나는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급액은 점점 올라가고, 수령할 노인은 점점 늘어간다. 이미 일부 지자체들이 한계점에 도달했듯,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차라리 수령 대상을 비교적 소득 수준이 낮은 노년층으로 좁게 잡고, 지급 액수를 높이는 것이 제도 취지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해결책을 제공해야 지자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면서 "지자체 역시 중앙정부의 지원만 기다릴 때가 아니다. 자체적인 예산 조정을 통해 복지 예산을 확대하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복지사업을 꾸준히 기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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